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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속의여론] 31번 확진자 기점으로 비난 중국에서 신천지로 옮겨가… “혐오 반대하지만 사태 책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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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속의여론] 31번 확진자 기점으로 비난 중국에서 신천지로 옮겨가… “혐오 반대하지만 사태 책임 있어”

입력
2020.03.21 01:00
수정
2020.03.21 17:0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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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국민들의 불안감을 크게 자극하며 한국인의 일상 생활을 바꿔놓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개개인의 정서적 심리상태도 큰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중국정부나 중국인, 신천지 교단이나 신자 등 특정 집단에 대한 반감이 여과없이 표출되며 코로나에 대한 불안이 집단혐오나 배척으로 분출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높다.한국리서치가 2월28일부터 3월2일까지 전국 1,000명 대상으로 코로나19가 가져온 심리와 인식의 변화, 현 상황이 개인의 정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설문 조사하고 분석했다.

코로나19정부대응 우려 여전

먼저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위험인식을 보면 2월 둘째주 1차 설문(한국리서치 정기조사)에선‘심각하다’는 응답이 45% 수준이었다.그러나 신천지 교인의 감염 확산 사태를 거치며 2월 넷째주 2차 조사에서는 같은 응답이91%까지 상승했다. 이어 3월 둘째 주 3차 조사에서는 심각하다는 답변이 81%로 다소 감소했다.아직 대구ㆍ경북 지역의 집단 감염 상황에 대해 안심할 순 없지만 확진자 발생률이 점차 감소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내가 감염될 수도 있다’는 직접적 우려도 1차 조사에선 8%에 그쳤지만 2차 조사에선 28%로 오른 뒤 3차 조사에선 17%대로 떨어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의 대처 능력에 대한 평가도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1차 조사에선‘잘 대처하고 있다’는 응답이 64%에 달했지만, 2차 조사에선 42%로 급락했다.3차 조사에선 긍정평가가 58%로 올랐다. (그림 1)

코로나 위험인식
코로나 위험인식

사태 장기화로 감정 조절 어려워져

코로나19 종식 예상 시점이 점차 지연되며 국민들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감정의 변화도 급해지고 있다.1차 조사에선‘4월이면 종식될 것’이라는 응답이 전체의 33%였는데, 2차 조사에선5월(29%)이나 6월(16%)로 점치는 비율이 높아졌다.3차 조사에선 7월(15%)로 예상하는 이들이 늘었다.조기 종식 기대감이 꺾이면서 코로나19로 인해 촉발된 부정적인 감정(걱정, 두려움, 슬픔, 분노, 우울)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0점을 변화가 없는 일상, 100점을 촉발된 감정이 극에 달한 상태라고 가정했을 때 1차 조사에서는 평균 41.2점이었지만 2차 조사에선 58.0점까지 올라갔다.(그림 2)

코로나 정서변화 정도
코로나 정서변화 정도

특히 유명순 서울대 교수 연구팀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관련 뉴스를 접했을 때의 감정으로 ‘분노’를 느낀다는 응답이 1월 말에는 6.8%이었다면 2월 말에는 21.6%로 증가했다.(그림 3)

분노의 화살, 중국에서 신천지로

“착한 짱깨는 죽은 짱깨밖에 없다더니”“신천지 바퀴벌레 종자들” 등의분노는 온라인 상에서 특정대상을 향한 혐오 콘텐츠로 이어졌다. 타깃은 중국에서 신천지로 옮겨갔다. ‘코로나’‘우한폐렴’‘중국폐렴’ 등의 키워드를 포함한 각종 뉴스와 뉴스레터나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인스타그램 상의 콘텐츠를 분석했다. 2월18일 이전까진‘코로나19’와 함께 ‘중국인’ ‘중국’‘우한’ 등 중국을 타깃으로 한 콘텐츠가 많이 생산됐지만 이후에는 ‘신천지’가 타깃인 콘텐츠가 증가했다. 2월 18일은 31번째 대구 신천지 확진자가 양성 판정을 받은 날이다.

설문 조사 결과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확인됐다. 실제로 적지 않은 시민들이 코로나 관련 집단에 대한 혐오나 차별 표현을 들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신천지 교인’에 대한 혐오 표현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79%, ‘국내 확진자’를 대상으로 한 혐오를 들어봤다는 답변이 62%였다.

신천지 신자에 대한 혐오표현 경험은 ‘여성’에 대한 혐오 경험(87%)이나 ‘난민ㆍ타인종ㆍ타국민’에 대한 혐오 경험(81%)수준에는 미치지못했지만 장애인(75%) 특정연령(74%)특정지역(68%)성소수자(74%)남성(60%)에 대한 혐오 경험과는엇비슷한 수준이었다. 이에 비해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국민’에 대한 혐오 표현 경험은 48%, ‘중국인’은 46%, ‘중국동포’는 44%에 그쳤다.(그림 4)

코로나 혐오표현들어본적
코로나 혐오표현들어본적

“혐오 옳지 않지만 신천지는 예외”

각 대상별 혐오표현에 얼마나 공감하는지 물어본 결과 대부분의 집단에 대해선‘부당하다’는 응답이 많았다.그러나 신천지 교인에 대해선 예외적으로 혐오나 차별적 언사도 정당화하는 답변이 높았다. ‘어느 정도 사실에 근거하므로 혐오표현을 써도 된다’는 응답이 63%나 됐다.

코로나19가 중국에서 확산되기 시작했던 1월에는 ‘중국인 포비아’라는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중국인과 중국 동포, 중국에 거주하는 교민에 대한 경계가 매우 심했다.그러나 ‘중국인’과 같은 특정 국적이나 인종에 대한 차별은 윤리적으로 정당화되지 않았다.유독 신천지 교인에 대한 혐오차별에 대해 관대해지는 것은 사태 확산의 책임에 대한 분노가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의 한국 내 확산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을 ‘신천지와 같은 공공의식이 부족한 시민사회’로 돌리는 응답(46%)이 많았다.이는 정부책임론(39%)이나 중국의 위생관리 책임론(12%)을 넘어선 것이다.(그림 5)

코로나 확산의 가장 큰 책임
코로나 확산의 가장 큰 책임

특히 ‘신천지라는 특정 종교 내 집단 감염이 아니었다면 지금과 같이 폭발적으로 확산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응답이 75%에 달했다.(그림 6)

중국인 격리엔 반대,입국금지엔 찬성

신천지 교인과의 일상생활 접촉에 대해서도 우려가 심각했다. ‘식당 등에 출입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합리적인 방어 행동’이라는 응답이 74%, 유치원ㆍ학교 등에 출석하지 못하게 하는 것에 대해서도 동의하는 비율이 73%를 기록했다.반면 ‘중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식당이나카페에 출입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나‘중국인의 자녀’이기 때문에등교하지 못하게 하는 것에 대해선 ‘합리적인 방어 행동이 될 수 있다’는 응답이 27%와 29%에 그쳤다.이는 ‘한국인’이 해외에서 이 같은 일을 당하는 것에 대한 응답(25%와 23%)과 매우 유사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중국인에 대한 한국 입국금지 조치를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공감 비율은 77%나 됐다. 한국에서 중국인에 대한 사회적 배제엔 반대하지만, 중국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다.중국인 입국금지 정서는 단순한 혐오 감정으로 보기 어렵다. ‘해외 다른 나라에서 한국인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에 대해서도 공감한다는 비율이 86%를 넘어섰다. 특정 국가에 대한 차별적 대응이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선호인 셈이다. ‘중국 지방정부에서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는 응답은 47%, 공감하지 않는다는 53%로 엇갈렸다. (그림 7)

코로나 각국의 입국금지조치 인식
코로나 각국의 입국금지조치 인식

전혜진 한국리서치 여론본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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