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번째 검사 대조군 검체서도 양성 ‘실험실 오염’ 결론
대형의료기관 검사 신뢰성 논란, 사인 규명은 방역당국 손 떠나
전국을 이틀 동안 뒤흔들었던 ‘기저질환 없는 17세 고등학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려 사망했다’는 추측은 질병관리본부와 대학병원 2곳의 최종 검사에서 사실이 아니었음이 확인됐지만 의문은 남는다. 먼저 정확한 사인이 규명되지 않았다. 발열 등 신종 코로나 유사 증상을 보여 사망시점까지 현장 의료진은 신종 코로나 감염을 의심했지만 사망자가 음성판정을 받으면서 원인을 알 수 없게 됐다. 또 영남대병원이 환자가 사망하기까지 13차례나 검사를 시행했고 오류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대형의료기관이 시행하는 진단검사의 신뢰성도 논란 거리로 떠올랐다.
숨진 정모군이 지난 12일 저녁 고열 증상을 보여 방문한 경북 경산중앙병원에 따르면 정군은 이날 병원 선별진료소에서 진찰을 받았고 당시 체온은 39도였다. 그러나 선별진료소 운영이 끝난 오후 6시 이후여서 해열제와 항생제를 처방 받고 귀가했다. 정군은 다음날 오전 9시 10분 같은 병원을 찾았다. 열이 40.5도까지 올라 엑스레이(X-ray) 촬영을 통해 폐렴을 확인했고 신종 코로나를 의심했으나 이 병원에는 음압격리병상이 없어 입원하지 못하고 또 귀가했다. 정군은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고 오후 5시쯤 병원을 다시 찾았다. 이후 상급병원인 영남대병원으로 전원했으나 결국 18일 숨졌다.
기저질환 없는 고등학생이 지난 12일 처음 고열을 보인지 6일 만에 폐렴 증세를 보이고 사망한 원인에 대해 보건당국은 답을 내놓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와 신촌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이 실시한 검사에서 사망자가 신종 코로나 환자가 아닌 것으로 파악됐고 사인 규명은 방역 조직의 몫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권준욱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 부본부장은 “현재로서는 코로나19 방역대책과 관련성이 있는 상황이 아니지만 임상위원회 전문가와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한지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경산중앙병원의 환자 처치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영남대병원의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 병증이 악화했는지 등 여러 가능성은 향후 검증해 확인해야 할 숙제다.
의료계에선 신종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바이러스가 존재하기 때문에 부검이나 조사 없이 사인을 추측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다만 신체 내부에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면역체계가 과도하게 반응해 염증이 대규모로 발생하는 ‘사이토카인 폭풍’이 정군에게 발생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002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 유행 당시 젊은 사망자들에 대해 그러한 설명이 나왔다”면서 “사인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부검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중대본은 전국에서 시행되는 진단검사(RT-PCR)의 신뢰성은 믿을 수 있다고 밝혔다. 영남대병원이 사망자를 13차례 검사하고도 결론을 내지 못한 이유는 실험실 오염 또는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검사가 잘못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영남대병원이 사망자의 호흡기에서 검체를 채취해 시행한 12차례 검사에선 음성 판정이 나왔고 소변과 가래를 이용해 검사한 13차 검사에선 부분적으로 양성 반응이 나타났다. 사망자는 양ㆍ음성 판정을 받지 못하고 ‘미결정’ 상태로 분류됐다.
중대본은 영남대병원이 실시한 검사 자료를 제공받아 판독한 결과, 13번째 검사에서 환자의 검체가 들어있지 않은 대조군 검체에서도 양성으로 의심 가능한 반응이 확인됐기에 영남대병원 검사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환자가 신종 코로나에 걸렸다면 환자와 양성 대조군 검체만 반응하고 음성 대조군 검체는 반응하지 않아야 한다. 영남대병원 검사에선 음성 대조군 검체까지 반응했다. 실험실 등 검사환경이 검체를 오염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남대병원이 유족에게 발급한 최초 사망진단서에 ‘코로나 폐렴’이 기재된 이유에 대해 중대본은 영남대병원의 검사가 잘못됐으니 사망진단서 역시 틀렸다고 밝혔다.
권계철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이사장은 “검사자 신체나 실험실 어딘가에 양성 유전자가 남아 있다 검체를 오염시켰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검사 수가 많았다면 검사실에 남아 있었을지 모를 양성 유전자를 파괴하는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혁민 신촌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미국의사협회 학술지(JAMA) 논문을 보면 바이러스가 소변에서 나올 수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그 정도 상황에서 호흡기 검체에서 나오지 않을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권 이사장은 영남대병원 사례는 허용오차 범위에 들어있다고 설명했다. 권 이사장은 “학회는 이미 한국에서 사용되는 진단키트의 정확도가 98%라고 공개했다”라면서 “지금까지 검사한 40만여건 가운데 통계상 8,000여건은 오류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