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의 비례대표 공천이 여야 가리지 않고 후보 선정 잡음으로 얼룩지고 있다. 두 거대 정당의 비례용 위성정당 급조로 예고됐던 파열음이지만, 명분 없는 꼼수 싸움에 부실 공천 논란까지 겹쳐 ‘비례 무용론’마저 나온다.
가장 심각한 건 미래한국당에 뒤통수를 맞은 미래통합당이다. 위성정당이 작성한 비례 명단을 모(母)정당이 ‘사천(私薦)’ ‘막장 공천’이라고 비난하는 기가 막힌 상황이다. 통합당 인재 영입 후보들이 당선권 밖으로 밀려난 데 따른 것이지만, 상당수 후보자는 모정당조차 납득하기 힘들 정도로 자질과 경력이 의심된다는 이유도 컸다. 미래한국당 지도부는 재심의 끝에 상위권 순번 중 4명을 교체했지만, 통합당의 반발을 잠재우진 못했다. 결국 19일 선거인단 투표에서 비례 공천 명단이 부결됐고, 이 여파로 한선교 대표가 사퇴했다. 일각에선 통합당이 별도의 비례용 위성정당을 창당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렇게 되면 공천 작업은 원점으로 돌아간다.
나머지 정당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18일 출범한 범여 비례용 연합정당 더불어시민당은 참여 정당 추천 후보를 추려 비례 명단을 작성할 계획이지만 시간이 빠듯하다. 결국 의석 나눠 먹기가 되지 않겠냐는 전망이다. 앞서 정의당에선 음주ㆍ무면허 운전 논란으로 비례 6번 후보가 사퇴했고, 비례 1번 후보의 대리 게임 전력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이 진행 중이다. 국민의당은 안철수 대표의 측근들을 대거 비례 후보로 내세워 참신성이 확 떨어졌다.
정치권은 지난해 개정된 선거법에 비례 선정 절차가 공정하고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비례를 둘러싼 밀실 사천 논란을 끝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금은 여야 모두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후보 선발과 공정한 심사는 뒷전에 둔 모습이다. 대신 연동형 비례제 도입에 따라 어떻게 하면 비례 의석을 더 많이 가져올지를 궁리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 가뜩이나 위성정당 꼼수 싸움으로 정치 혐오가 위험 수위에 이른 상태다. 거대 정당들이 비례를 누구로 채우든 결국은 자기 당에 표를 줄 수밖에 없다고 배짱을 부린다면, 과연 국민 세금으로 이런 비례제를 유지해야 하는 건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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