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두 달도 안 돼 36%↓… 고점 후 20거래일 만에 약세장
20~30% 더 떨어질 가능성… “주가ㆍ환율 곧 역전” 비관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촉발된 ‘증시 붕괴’ 속도가 심상치 않다. 코스피는 역대 어느 경제위기 때보다 가파른 속도로 추락하고 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감염병은 끝이 보이는 이슈”라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빠른 반등까지 기대했던 증권업계는 이제 “전망조차 무의미하다”며 고개를 내젓는 형국이다. 증시 추락의 바닥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비관론이 금융시장을 연일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19일 코스피는 전장 대비 8.39% 폭락하며 1,457.64로 거래를 마쳤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 확산되기 직전인 지난 1월 22일(종가 2,267.25)을 고점으로 본다면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기간에 코스피는 무려 35.7% 하락했다.
통상 주가가 최근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면 ‘약세장(Bear Market)’ 진입 신호로 받아들인다. 가장 최근 고점을 찍은 지난달 14일(2,243.59) 이후 코스피는 지난 13일(1,771.44)까지 약 21% 하락했다. 고점 대비 약세장까지 불과 20거래일이 걸린 셈이다.
과거 금융위기와 비교하면 지금의 하락 속도는 4배 이상 빠르다. 2011년 유럽재정위기 당시 코스피는 5월 2일 고점(2,228.96) 이후 약 세 달 만인 8월 19일(1,744.88)까지 22% 하락했다. 앞선 1997년 외환위기 때도 20% 하락 저지선이 뚫리는 데 약 4개월(83거래일)이 걸렸다.
관심은 이번 위기의 최종적인 바닥이 어느 수준이냐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휘몰아 친 2008년 코스피는 연중 고점 대비 약 55%까지 떨어지며 저점을 형성했다. 국가 경제가 생사 기로에 섰던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엔 고점 대비 65%까지 추락했다. 극단적인 금융위기 상황에서의 바닥이 연중 고점 대비 50~60%선이란 점을 감안하면, 현재 주가 역시 20~30% 가량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같은 추락세로는 섣불리 바닥을 예단하기 어렵다”며 “확산 진정 뉴스가 나오지 않는 한 변동성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주요 해외 증시의 하락 속도도 예사롭지 않다. 연일 급락세인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지난달 12일(2만9,551.42)부터 지난 11일(2만3,553.22)까지 19거래일 만에 약세장(-20.3%)에 진입했다. 극단적인 정부 대책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헤지펀드 투자자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운용 대표는 18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지옥이 오고 있다. 30일 동안 미국 기업들이 휴업(셧다운)하지 않으면 미국(시장)은 끝날 수 있다”고 말했다.
19일 원ㆍ달러 환율이 1,300원선 돌파를 눈 앞에 두면서 조만간 주가와 환율 수준이 역전될 것이란 최악의 우려까지 높아지고 있다. 주가가 100포인트 이상 빠지고 환율이 50~60원만 오르면 불가능하지도 않은 시나리오다.
증권업계에선 “치료제 개발과 공장 재가동 등 사태 완화 뉴스가 나와야 모든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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