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고립감 해소” 위해
‘베란다 음악회’까지… 자치구들 ‘별별 아이디어’
서울시, 온라인 공연 지원도
20일 오후 7시30분 서울 성동구 살곶이 체육공원 운동장에 가로 16mㆍ세로 8m 규모의 대형 스크린이 세워진다. 서울 도심에 이례적으로 선보이는 무료 ‘자동차 극장’이다.
성동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깜짝 이벤트를 기획했다. 감염 전파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자가용 자동차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신종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누적되고 있는 주민의 코로나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털어주자는 취지다. 그래서 상영작도 ‘라라랜드’와 애니메이션 ‘코코’ 등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밝고, 따뜻한 작품들로 꾸려졌다. 자동차 극장은 개장 전부터 인기다. 20~22일까지 사흘치 티켓 150장은 이미 동이 났다.
기초자치단체들이 주민들의 신종 코로나 ‘심리 방역’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고립감과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자 일상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민들의 삶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이다.
신종 코로나 심리 방역은 소박하면서도 기발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성동구. 20일부터 독거노인 등 786가구에 콩나물 키트를 배송한다. 복지관 휴업이 장기화 하자 어르신들에 반려식물 키우기라는 작은 일거리를 제공, 무료한 일상을 달래기 위한 것이다. 성동구 관계자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 놀이터에서 공연을 하고 주민들은 아파트 베란다에 몸을 기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베란다 음악회’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등의 개원, 개학이 내달 6일로 늦춰지면서 부모와 아이가 함께 할 놀이 콘텐츠 수요도 크게 는 상황. 강동구는 ‘장난감을 아이를 키우는 집에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아이디어로 냈다. 20일 오전 10시부터 23일 오후 1시까지 강동어린이회관 홈페이지(www.gdkids.or.kr)에서 선착순으로 예약을 받아 구 내 영유아를 위한 문화 시설 ‘아이ㆍ맘 강동육아시티’에서 보유한 장난감 259개를 각 집으로 배달한다. 강동구 관계자는 “어린이집 휴원 기간이 연장돼 가정 내 돌봄 시간이 늘었다”며 “부모들의 육아 부담이 는 데다 외출이 어려워 육아 스트레스가 가중돼 장난감 배달 서비스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서초ㆍ은평구는 구 교육지원센터 홈페이지 등에 요리 놀이와 집에서 배우는 발레 등 부모와 아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동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고 있다.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슬기로운 집안 생활’을 위한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지만 적절한 콘텐츠 공급은 따라주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공략한 것이다.
서울시는 이날 발표한 추가경정 예산안에서 예술 작품 및 온라인 콘텐츠 제작과 세종문화회관을 활용한 온라인 공연 지원을 위해 약 50억원을 긴급 편성했다. 시 관계자는 “공모를 통해 225개 팀을 선발해 예술작품 기획 및 제작을 지원한다”며 “시민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집에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고, 예술가와 스태프에게는 창작활동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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