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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이웃사랑이 복음… 미사 다음달 6일까지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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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이웃사랑이 복음… 미사 다음달 6일까지 연기”

입력
2020.03.19 17:31
수정
2020.03.19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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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단 담화 “이웃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공동체 살리는 길”

8일 서울 명동성당을 찾은 한 신도가 개인 기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서울 명동성당을 찾은 한 신도가 개인 기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천주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현재 중단 중인 미사의 재개 시점을 내달 6일로 개학 시기를 미룬 정부 방침을 고려해 정하기로 했다. 대부분 교구가 다음 달 초순까지 미사 중단을 이어갈 전망이다.

김희중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은 19일 춘계 정기총회 브리핑에서 “미사 재개는 정부 방침을 존중하는 것으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지역 특성에 따라 융통성 있게 시점을 당기거나 늦출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김 의장은 한국 천주교가 236년 역사상 처음으로 모든 미사를 중단한 데 대해 “나라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는 특별한 상황에서는 공동선에 동참해야 하지 않냐”며 “이웃 사랑이 하느님이 우리에게 내려주신 복음의 대헌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종교적 폐쇄성을 고수하면서 상황을 악화시키는 건 하느님이 우리에게 말씀하신 사랑과는 동떨어진 율법주의적인 태도”라며 “국민들의 아픔과 어려움에 동참하는 것이 의무”라고 역설했다.

다음 달 12일 부활절 미사와 관련해서는 “그때까지는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을까 예상한다”며 “(상황이 진정된다면) 질병관리본부가 권유하는 예방 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미사 전례에 참석하면 좋겠다”고 했다.

한국천주교 주교단은 이날 국민과 천주교 신자를 상대로 담화문을 발표했다. 주교단은 담화문에서 “힘든 시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고생하시는 모든 분께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전한다”며 “특히 코로나19 확산에 맞서 혼신의 힘을 다하는 의료진과 자원봉사자, 정부를 비롯한 모든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이어 “나보다는 어려운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공동체를 살리는 길임을 우리는 세계에 보여주고 있다”며 “우리 국민은 이 위기를 함께 이겨낼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다음은 주교단 담화문 전문.

코로나19와 관련하여 국민 여러분과 한국 천주교회 신자분들께 드리는 담화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예기치 못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근심과 걱정이 많으시리라 생각합니다. 감염 때문에 겪게 되는 사회적 격리는 물론, 감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심리적이고 사회적인 피해가 늘어나고, 경제적 피해를 입은 기업들과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커져 가고 있습니다. 이 힘든 시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고생하시는 모든 분께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에 맞서 투명하고 체계적이며 뛰어난 진단 능력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주시는 의료진과 자원봉사자, 그리고 정부를 비롯한 모든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최근 코로나19의 확산과 관련하여 일부 국민에 대한 비평과 원망이 없지 않았지만, 위기 때마다 현명하고 지혜롭게 위기를 극복해 왔듯이, 이번 코로나19에 맞서서도 우리는 뜻을 모으고, 확산 방지를 위하여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작지만 타인을 배려하는 미덕을 실천하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는 연대와 사랑의 실천을 통해 이 위기를 극복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적극적인 협조와 노력은 이제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힘겨워하는 다른 나라에 좋은 표양이 되고 있고, 많은 국가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는 사재기의 유혹을 물리치고, 자원봉사에 발 벗고 나서며, 정부의 시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시는 국민 여러분의 노력에 따른 결과입니다. 나보다는 어려운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공동체를 살리는 길임을 우리는 세계에 보여 주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은 이 위기를 함께 이겨 낼 것이라고 믿습니다.

사랑하는 한국 천주교회 신자 여러분,

우리는 코로나19로 말미암아 교우들과 함께하는 미사를 일시적으로 유보한 채, 각자 광야 한가운데를 걷는 순례자의 심정으로 사순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주님의 성체를 받아 모시지 못하는 안타까움 속에서도 개별적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읽고, 방송 매체를 통해 미사에 참례하며, 또한 선행과 자선을 베풀면서,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신앙생활을 이어 가는 신자 여러분께 감사와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러한 재난과 시련의 시기는 성찰과 성숙의 때이기도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시련을 허락하시지만 동시에 시련을 이겨 낼 힘을 주십니다. “여러분에게 닥친 시련은 인간으로서 이겨 내지 못할 시련이 아닙니다. 하느님은 성실하십니다. 그분께서는 여러분에게 능력 이상으로 시련을 겪게 하지 않으십니다. 그리고 시련과 함께 그것을 벗어날 길도 마련해 주십니다”(1코린 10,13).

속죄와 회개의 사순 시기에 예수님의 십자가를 바라보며 지금의 희생과 고통을 기쁘게 이겨 내고, 믿음을 잃지 않으며 희망하는 가운데 서로 힘이 되어 줍시다.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와 가족, 희생자와 그의 가족, 우리 국민, 나아가, 전 세계 모든 이가 이 위기를 이겨 낼 수 있는 힘을 주십사 마음을 모아 하느님께 정성을 다해 기도합시다.

악에서도 선을 이끌어 내시는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의 섭리를 깨달을 수 있는 은혜를 청하며,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지혜를 하느님께 간청합시다. 죄와 죽음의 어두움을 물리치시고 영원한 생명의 문을 열어 주신 외아드님께서 곧 부활하시어 우리에게 베풀어 주실 파스카 축제를 준비합시다.

“두려워하지 마라. 말씀하신 대로 그분께서는 되살아나셨다”(마태 28,5-6 참조).

2020년 3월 19일(성 요셉 대축일)

한국 천주교 주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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