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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개 정당이라더니… 통합당에 제압된 한선교의 ‘나흘 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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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개 정당이라더니… 통합당에 제압된 한선교의 ‘나흘 천하’

입력
2020.03.19 20:40
수정
2020.03.20 00:5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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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교안, 4명 재배치에 공개 격노… 한선교 눈물 호소 불구 공천 부결 

 원유철 합류해 새 대표 맡을 듯, 통합당 ‘입맛대로’ 공천 길 확보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의 ‘마이웨이 공천’이 거대 모회사 격인 미래통합당에 제압당했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의 하명 공천을 거부한 한 대표의 도발은 ‘나흘 천하’로 끝났다. 통합당의 위세에 밀린 한 대표는 19일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통합당은 비례대표 전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차려 놓고 “우리는 서로 독립된 별개 정당”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위선이었음을 스스로 시인한 셈이 됐다.

미래한국당이 통합당과 상의하지 않은 채 비례대표 공천 결과를 발표한 것은 지난 16일. 황 대표는 19일 오전 “국민의 기대와 열망에 큰 실망을 안겼다. 이번 선거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대충 넘어갈 수 없다”며 한 대표를 향해 경고를 보냈다. “단호한 결단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통합당의 압박에도 미래한국당이 18일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을 찔끔 수정하자 황 대표가 직접 나선 것이다.

통합당은 19일 미래한국당을 전방위로 압박했다. 미래한국당이 끝까지 버티면 ‘제2의 미래한국당’을 만들겠다는 카드도 꺼냈다. 통합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전 통화에서 “현재의 비례대표 명단으로는 통합당 지지자들에게 표를 달라고 하기 어렵다”며 “비례대표 전용 정당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는 당 지도부 분위기를 흘렸다. ‘미래한국당을 버리고 갈 수도 있다’는 메시지였다. 통합당이 비례정당을 다시 만들면, 미래한국당은 4ㆍ15 총선에서 자생하기 어려워진다.

미래통합당 지지자들이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미래한국당 당사 앞에서 비례대표 공천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미래통합당 지지자들이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미래한국당 당사 앞에서 비례대표 공천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미래한국당 구성원들은 모회사의 격노에 화들짝 놀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비례대표 후보 선거인단은 공병호 위원장이 이끄는 공천관리위가 내놓은 18일 공천 수정안을 찬성 13표, 반대 47표, 무효 1표로 부결시켰다. 선거인단의 상당수는 통합당에서 파견된 열성 당원과 당직자다.

한 대표는 투표 직전 “20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 (여의도를) 떠나갈 제가 무슨 욕심이 있겠느냐. 제가 사심으로 공천을 했다고 생각한다면 명단을 부결시켜달라”고 배수진을 쳤다. 눈물도 흘렸다. 그러나 선거인단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그는 사퇴하면서 “참으로 가소로운 자들에 의해 제 정치 인생 16년의 마지막에 좋은 흔적을 남기겠다는 뜻이 막혀 버렸다”고 성토했다.

한 대표가 사퇴하자 당내 최고 의결기구인 최고위원회는 “공천안이 부결된 결과에 책임을 지고 지도부 총사퇴를 결의했다”며 스스로 해체했다. 공관위를 새로 구성해 통합당이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후보를‘입맛대로’ 원격 공천할 길을 터주기 위한 수순이었다.

미래한국당의 새 지도부에는 19일 통합당을 탈당한 5선의 원유철 의원 등이 합류할 전망이다. 원 의원은 한 대표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며, 황 대표와 교감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새 지도부는 ‘한선교 공천안’을 사실상 백지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한국당이 내세운 조수진 전 동아일보 논설위원 대신 황 대표가 영입한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이 1번 후보로 배치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o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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