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연합 “알고보니 폐문발차”
민노총·참여연대도 싸늘한 반응
이낙연 “원로들 함께해야” 진화
더불어민주당이 친문재인ㆍ친조국 성향의 ‘시민을 위하여’ 등과 손 잡고 비례연합정당 ‘더불어시민당’을 출범한 것이 연일 후폭풍을 부르고 있다. 민주당의 ‘우선협상 대상자’였다가 버림 받은 ‘정치개혁연합’(정개연)은 19일 협상 전말을 공개하며 “폐문 발차” “정치 공작극” 등이라고 맹공했고, 민주노총을 비롯한 진보 진영 내부에서도 비판이 커지는 모양새다.
하승수 정개연 집행위원장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민주당이 위성정당으로 가기 위한 명분을 쌓으려고 민주화 운동 원로와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정개연을 마타도어(흑색 선전)했다”며 “진정성 있게 연합정치를 고민해온 주체들을 배제하기 위한 치졸한 정치 공작극”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 주체가 바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라고 했다.
하 위원장의 주장은 이렇다. 양 원장은 이달 14일 하 위원장에게 ‘정개연과 시민을 위하여가 17일까지 통합해야 한다’고 통보했고, 하 위원장은 16일 시민을 위하여와 통합하는 건 부담스럽다는 뜻을 전했다. 그런데 하루 만인 17일 양 원장이 시민을 위하여와 함께 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개문 발차’(문을 연 상태로 출발)를 선언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18일 “이념이나 성소수자 문제로 논쟁을 일으킬 정당과는 연합에 어려움이 있다”(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며 정개연과 연대한 민중당, 녹색당도 배척했다. 하 위원장은 “알고 보니 폐문 발차였다”고 비판했다. 또 “지난 주부터 이상 징후가 감지됐다”며 정개연이 ‘들러리’로 이용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더불어시민당에 참여한 ‘가자!평화인권당’의 이정희 대표가 유사역사학을 주창한 것도 논란을 불렀다. 이 대표는 2017년 한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환단고기를 아직도 안 읽을 정도로 게으르고 무지한 사람이 이다지도 많단 말인가”라고 썼다. 환단고기는 한민족이 고대에 중국을 넘어 메소포타미아 문명까지 광대한 영토를 지배했다는 주장을 담은 역사 위서(僞書)다.
민주당의 위험한 행보를 지켜 보는 진보 진영의 반응은 싸늘하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1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더불어시민당은 어떻게 포장하든 미래한국당처럼 기득권 양당이 주도하는 꼼수 정치”라고 꼬집었다. 여권 관계자는 “참여연대 내부에도 민주당의 ‘비례민주당’ 창당에 비판적인 목소리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 이낙연 전 총리는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민주당을 오랫동안 걱정해 주고 도와 준 시민사회 원로들에게 서운함을 안겨드린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원로들께서도 함께하실 수 있길 바란다”며 정개연을 달랬다. 그러나 민주당이 정개연 등에 다시 손을 내밀 가능성은 희박하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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