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채안펀드 조성… 전문가 “실물 위기 해결돼야 효과”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 조치의 일환으로 채권시장안정펀드와 증권시장안정기금을 조성해 운영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채권시장에서 위험가중 금리(스프레드)가 확대되는 등 금융기관에 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신용경색 우려가 커지면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1차 비상경제회의를 마친 뒤 “금융권이 공동 출자하는 채권시장안정펀드와 증권시장안정기금을 조성하겠다”며 “시장안정 채권담보부 증권(P-CBO) 신규 발행도 3년간 6조7,000억원 규모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채권시장안정펀드란 채권시장 경색으로 자금난을 겪는 기업들에 유동성을 지원하고 과도한 스프레드를 해소하는 역할, 증권시장안정기금은 증시가 폭락할 경우 주식을 매입해 주가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정부가 주식ㆍ채권펀드를 꺼내든 것은 최근 증시 폭락은 물론, 글로벌 신용경색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이날 거시경제금융 점검 회의를 열고 “채권시장안정펀드, P-CBO 확대 등을 신속 가동해 기업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최근 극단적인 현금 우선 성향이 강해지면서 통상 위기시에는 하락하는 미국 국채금리마저 동반 상승하는 등 달러 유동성 확보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신흥국 전반에 걸쳐 외국인 주식자금 순유출세가 지속되면서 국내 주식ㆍ외환시장에도 상당한 부담요인으로 작용 중이다.
주식ㆍ채권펀드 카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에도 시행됐다. 당시 국내 은행과 38개 보험사, 36개 증권사 등 총 91개 금융사가 투자자로 참여해 채권시장안정펀드를 만들었다. 10조원 규모로 조성된 채권시장안정펀드는 투자집행 시 자금 납입 방식으로 총 5조원을 지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번 채권펀드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조원보다 규모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의 금융시장 파급영향을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본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2008년 당시 채권ㆍ주식펀드는 분명 금융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됐다”면서도 “현재는 실물경제 위기가 금융으로 넘어가는 도중이어서 실물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행은 오는 20일 1조5,000억원 규모의 국고채를 입찰을 통해 매입하기로 했다. 채권시장을 안정화하는 동시에 환매조건부채권(RP) 매각 대상증권을 확충하기 위한 조치다.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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