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올해 아파트 공시가격을 두고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의 지난해 아파트 매매가는 2~3% 상승했고, 개별 단지의 실거래가도 10% 가량 올랐는데 공시가격은 최대 40% 이상 급등한 단지가 많아서다. 공시가격 산정 기준인 시세 평가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1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초 기준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 변동률은 14.75%로 지난 2007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특히 정부가 지난해 집값 상승분을 반영하고, 고가주택 현실화율을 높이면서 시세 9억원 이상인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은 21% 이상 상승했다.
문제는 집값 상승률과 공시가격 상승폭의 괴리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한국감정원 조사 결과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11% 오르는데 그쳤다. 올해 전국에서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강남구(25.57%)는 지난해 아파트값 상승률이 2.3%였고, 서초구(22.57%)도 2%를 넘지 않았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지난해 집값 인상분을 반영해 산정되는 공동주택 공시가격 가운데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이 공시가격 변동률과 큰 차이가 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개별 단지의 지난해 실거래가를 보더라도 공시가격 변동률과 차이가 크다. 서초구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95㎡는 올해 공시가격(25억7,400만)에 현실화율 80%를 역산하면 공시가격 산정을 위한 시세가 32억1,750만원에 이른다. 이 아파트가 지난해 11월 이후 29억∼31억원에 실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기준 시세를 높게 잡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융기관에서 정하는 시세와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강남구 래미안대치팰리스 84㎡의 올해 예정 공시가격은 21억1,800만원으로 전년 15억400만원보다 40.8% 뛴다. 하지만 KB부동산 기준 이 단지의 시세는 2018년 12월 25억5,000만원에서 지난해 12월 29억원으로으로 13.7% 상승했다.
통상 공시가격 산정을 위한 시세 조사는 11월에 이뤄지지만 지난해 말 가격을 기준으로 공시가격을 산정했다고 하더라도 시세 상승률의 3배가량 공시가격이 폭등한 셈이다.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공시가격이 조사 시점의 시세 기준이 아니라 작년 한해 동안의 고점의 시세만 반영해 너무 높다는 불만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공시가격 산정 기준이 되는 시세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은 한국감정원의 직원들이 맡는데 적정 시세를 산정하면서 조사자의 판단과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일부는 고점 시세나 고점 이후 떨어진 시세가 반영됐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통계처리에 의해 대량으로 가격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보니 실제 거래가격이나 시가와 정확하게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거래가 거의 없거나 비정상적 거래가 있는 경우 이러한 통계적 기법으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영한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시세는 실거래가나 감정평가 등 여러 방법을 통해 평가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평가자의 주관적 의견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시세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요청이 있어 지난해 세종을 시범 공개하고 있고, 앞으로 공개 범위를 확대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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