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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검사할 장비도 없고…” 발만 구르는 요양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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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검사할 장비도 없고…” 발만 구르는 요양병원

입력
2020.03.20 01:0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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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환자 보건소행 쉽지 않아… 보호복·마스크도 부족해 한숨만

 

19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다수 나온 대구시 서구 한사랑 요양병원에서 119 구급대원들이 코로나19 환자를 대구의료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다수 나온 대구시 서구 한사랑 요양병원에서 119 구급대원들이 코로나19 환자를 대구의료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북에서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A병원장은 요즘 입원환자들이 기침이나 발열증세만 보여도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고 한다. 환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렸다면 환자 안전은 물론이고 병원 존립자체를 장담할 수 없어서다.

실제 위기도 있었다. 지난달 중순 장기입원 중이던 70대 중반 남성 환자가 고열(40도) 증세를 보여 엑스레이 촬영을 한 결과, 폐렴으로 진단됐다. 병원에는 환자 검체를 채취할 수 있는 장비는 물론 신종 코로나 검사(PCR)장비가 전무해 지역 보건소에 검체 채취 등 지원을 요구했지만 보건소 측은 “지금 당장 검체를 채취하러 병원으로 보낼 인력이 없으니 기다려 달라”는 답만 반복했다.

A원장은 선별진료소도 별반 다를 바 없었다고 말했다. 선별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는 모 대학병원에 환자이송을 문의했지만 병원 측에서는 환자가 구급차를 타고 선별진료소를 방문해도 침상에 누워있는 고령 환자를 검사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고 말했다.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다. 수소문 끝에 다음날 오후 이 환자는 선별진료소로 이동해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결과는 음성. 겨우 한숨을 돌렸지만 그는 당시를 생각하면 지금도 몸이 떨린다고 말했다.

환자 1명이라도 신종 코로나에 감염이 되면 대형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요양병원들은 검사장비는 물론 보건당국의 지원을 받지 못해 이러한 위급상황이 벌어지면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다고 한다. 19일 취재에 응한 복수의 요양병원장들은 “감염병 사태가 발생하면 환자는 죽고, 병원은 망하고, 공무원은 포상 받는 것이 현실”이라며 “운이 좋기만을 기대하며 일상을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안본)는 “지자체와 협의를 통해 대구ㆍ경북지역 요양병원과 시설에 대한 진단검사를 진행해나가면서 요양병원, 요양시설 등 고위험군의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강화된 조치의 필요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요양병원 관계자들은 “그래서 도대체 그들이 말하는 강화된 조치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며 정부를 성토했다.

요양병원 관계자들은 확진자 선별을 위해 실시해야 하는 신종 코로나 검사(PCR)조차도 부담으로 느낀다고 말한다. 요양병원은 환자의 입원일수만큼 정해진 금액을 받는 일당(日當) 정액수가제로 운영되는데 입원환자는 물론이고 신규 입원환자 검사까지 병원이 떠 안고 있어서다. 경기도에서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B병원장은 “신규 환자 신종 코로나 검사비용은 경우에 따라 정부에서 지원하지 않는데 이럴 때면 환자나 보호자와 실랑이를 벌이게 된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직접 환자의 검체를 채취하기도 힘들다. 검체를 채취할 의료진은 물론 채취 시 필수적으로 착용해야 할 레벨(Level)D 보호복, N 95마스크, 고글 등 보호 장비가 전무해 검사를 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요양병원 병원장은 “보호복은커녕 일반 마스크를 구하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음압시설도 없어 어디서 검체를 채취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감염의 위험을 감내하고 의심환자의 검체를 채취하는 병원도 나왔다. 서울 강북에서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C병원장은 “보건소에서는 인력이 없다 하고, 선별진료소에서는 환자 검사가 힘들다고 하니, 환자를 다 죽일 수 없어 직접 검체를 채취해 의뢰하고 있다”라며 “이제는 겁도 나지 않는다”고 씁쓸해했다.

병원 운영이 힘들어질 것을 우려해 신종 코로나 환자발생 자체를 은폐하려는 요양병원들이 나올 수 있는 만큼 신속히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손덕현 대한요양병원협회 회장은 “협회에서 회원들에게 신규 입원환자 격리조치 등 자구책까지 낼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라며 “요양병원들이 신종 코로나 대형 집단감염의 온상이 되는 상황을 최소화하려면 지금이라도 정부가 실질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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