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성폭력 피해자를 조사할 때 ‘인공지능(AI)’ 시스템을 도입키로 했다. 피해자가 진술하면 AI가 자동 인식해 조서를 작성하는 체계로, 조서를 작성하지 않아도 되는 경찰관은 피해자와 대화에 집중함으로써 효과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19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성폭력 범죄 관련 AI 음성 인식 조서 체계를 구축 중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관이 조서를 작성하느라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면 피해자에 대한 정서적 지지를 해줄 수 없다”면서 새로운 시스템 도입의 배경을 설명했다.
새로운 체계가 조사 과정에 활용될 경우, 진술실에 설치된 마이크 등 하드웨어를 통해 피해자 진술이 자동으로 AI에 입력된다. AI는 이를 텍스트화해서 조서 형태로 저장한다. 경찰관은 조서를 작성하느라 대화를 중단하지 않아도 되고, 피해자 입장에선 컴퓨터나 메모지 등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현재 경찰은 AI 엔진 인식도를 향상하기 위한 정교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서울 구로·경기 용인 동부·인천 서부·대구 달서·부산 사상 등 5개 경찰서에서 작성 조서를 토대로 AI 엔진을 학습시키고 있다.
AI 엔진이 고도화되면 반복 진술 필요성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진술과 동시에 과거 판례 등의 정보가 컴퓨터 모니터에 표시돼 담당 경찰관이 곧장 관련 질문을 할 수 있게 된다”며 “피해자가 반복 진술해야 하는 상황이 적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르면 올해 안에 수도권 중심 50개 경찰서에 AI 조서 체계를 시범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음성인식 방식으로 작성된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영상녹화를 함께 활용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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