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위험에 처한 자녀 세대가 기후변화에 손 놓은 부모 세대에 제기하는 소송입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청소년들의 환경모임 ‘청소년기후행동’이 지난 13일 정부가 기후변화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아 기본권이 침해 받았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국회를 상대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현재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기후변화가 야기할 미래의 파국을 막을 수 있을지, 현행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과 그 시행령이 기본권을 지킬 수 있을 만큼 충분한지 판단해 달라는 내용이다. 네덜란드 등 주요국에서 비슷한 내용의 소송이 이어지는 가운데 아시아 국가에서 청소년들이 집단으로 관련한 헌법소원을 낸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로 헌법소원에 참여한 고등학생 김도현(17)양, 법률자문을 맡은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의 윤세종(37) 변호사, S&L 파트너스의 이병주(56) 변호사를 서울 강남구 S&L파트너스 사무실에서 최근 만나 취지와 헌법소원의 쟁점을 들었다.
“환경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모든 게 무너진다는 절박함이 있어요.” 김 양은 초등학생 시절 눈싸움을 하던 겨울과 제대로 눈이 내리지 않는 요즘 겨울의 차이를 강하게 느낀다는 말로 운을 띄웠다. “사회는 기후변화를 심각하게 보는 것 같지 않아요. 학교에선 기후변화를 그저 자연 현상으로만 가르쳐줍니다. 2018년 폭염 당시 동네 어르신이 에어컨 없는 환경에서 더위를 견디는 모습을 보며 기후변화는 사회 정의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죠. 나도 안전하지 않다. 여기서부터 헌법소원이 출발했습니다.”
윤세종 변호사는 기후변화와 세대간 불평등을 떨어뜨려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부모 세대가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감축하지 못하면 다음 세대는 여기서 비롯되는 경제 사회적 피해를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어요. 환경 부담을 전해준다는 점에서 세대간 불평등이 나타나는 것이죠.”
표면적으로 우리 정부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는 세계적 움직임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지구평균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2도보다 훨씬 아래로 제한하고, 1.5도까지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의 파리기후협정이 2015년 체결되자 2016년 한국도 국회에서 이를 비준했다.
하지만 목표 달성 의지와 노력이 미흡하다는 게 소송단의 지적이다.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기본법) 42조 1항에는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 대응하고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한다’고 적시했으나 목표와 방법은 제시돼 있지 않다. 게다가 정부는 2010년 설정된 202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5억4,300만톤)는 달성이 어려워지자 2016년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이를 폐기하고 퇴행적인 2030년 감축목표(5억3,600만톤)를 설정했다는 것이다.
“슬그머니 2020년 목표를 없애버림으로써 한국은 매년 2억 톤의 온실가스를 10년간 더 뿜어낼 수 있게 돼 버렸어요. 기본법은 최소한 파리협약을 비준한 후에는 구체적으로 고쳤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고 10년을 보냈습니다. 현재 상태로는 대통령이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없애버려도 아무런 제지 수단이 없어요.” 이병주 변호사는 파리협정 기준을 지킨다면 2030년 감축목표는 2억톤까지 내려가야 한다는 소송단의 분석을 소개했다.
이들은 헌법소원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촉발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헌재가 위헌이나 헌법불합치 판결로 정부의 대응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내용을 확인해 준다면, 앞으로 무엇을 할지 사회와 정부가 고민해야 할 차례가 될 것입니다.”
글ㆍ사진=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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