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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검사키트 2000개 뿐… 교민사회 코로나19 대응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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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검사키트 2000개 뿐… 교민사회 코로나19 대응 첩첩산중

입력
2020.03.19 16:09
수정
2020.03.19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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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이동 통제도 다반사

18일 필리핀 마닐라 국제공항에서 공항 보안 관계자가 마스크를 쓰고 비닐로 무장한 중국 관광객들을 점검하고 있다. 마닐라=AP 뉴시스
18일 필리핀 마닐라 국제공항에서 공항 보안 관계자가 마스크를 쓰고 비닐로 무장한 중국 관광객들을 점검하고 있다. 마닐라=AP 뉴시스

필리핀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 8만여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필리핀 내 코로나19 검사키트가 절대 부족해 정확한 진단조차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나마 몇 개 없는 병원에선 자국민 위주로 치료 및 검사가 이뤄져 교민들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19일 주필리핀 한국대사관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이날 기준 필리핀 내 코로나19 검사 키트 재고는 2,000여개에 불과하다. 필리핀 정부는 자국 확진 환자 수가 217명이라고 공표했지만, 현지에선 실제 감염자가 발표 수치의 최소 10배를 상회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추정치가 사실이라면 지금 보유한 키트로는 자국민 진단ㆍ검사를 감당하기도 쉽지 않다는 얘기다.

상황이 악화하면서 필리핀 정부는 한국과 중국에서 급히 키트 2,000개를 추가 지원 받기로 하는 등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필리핀 유전자센터와 국립보건원도 자체 개발한 키트를 사용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하지만 필리핀 보건당국마저 자국 키트의 정확도를 의심하고 있어 확진자가 폭증할 경우 의료 대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필리핀 언론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필리핀은 병원이 23만명당 1개 꼴로 있어 향후 의료시스템이 자국민 코로나19 중증환자 중심으로 운영될 공산이 크다. 마닐라 현지 주재원 A씨는 “현지 지인이 지방은 정확한 확진자 수조차 파악하기 힘들어 속히 귀국을 권유하는 상황”이라며 “마닐라의 큰 병원만 가도 확진자로 보이는 환자들로 이미 포화 상태여서 하루하루를 공포 속에 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귀국 결심을 굳힌 교민들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한국 항공사들이 필리핀행 항공편을 증편해 귀국길에 다소 숨통이 트였으나 공항까지 가는 일이 만만치 않다. 필리핀 지방자치단체나 치안당국은 중앙정부의 외국인 탈출 허용 발표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라 구비 서류를 모두 제시하고도 통행 제한에 걸리는 일이 다반사다. 대사관 측은 “공항으로 향하는 도로 곳곳에 배치된 검문소마다 근자들이 상이한 기준을 들이대 이동을 저지당하는 교민들이 많다”며 “오후 8시부터 익일 오전 5시까지 ‘야간통행금지’ 시간에는 가급적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필리핀 외 동남아시아 각국도 코로나19가 무서운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베트남은 하루 만에 확진자 10명이 추가돼 76명으로 늘었고, 한 동안 ‘감염병 청정국’을 자부하던 캄보디아 역시 37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212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태국은 지역 감염 확산에 대비해 봉쇄 조치가 발동되는 전염병 3단계 대책을 고려하고 있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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