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한 17세 양성은 실험실 오염 탓" 정부 발표 일파만파
대구에서 폐렴 증세를 보이다 사망한 고교생 정모(17세)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에 감염된 게 아니라는 정부 발표가 나오자 대구·경북 지역은 안도하면서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영남대병원의 실험실 오염이 지목되자 지역의료계는 충격에 빠졌다. 시민들은 고교생 사망에 분노하는 한편 정부 발표를 의심하는 갑론을박도 한창이다.
김성호 영남대병원장은 이날 “오염이나 기술오류가 있었다면 이전 검사에서도 그런 게 나와야 하는데 없었고, 검사에서 완전 양성이 아닌 비특이적으로 나왔기 때문에 질본에다 판정을 내려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또 계속된 음성판정에도 검사를 계속한 데 대해 “증상이 확진자와 거의 흡사했고, 엑스레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소견도 비슷하고, 갑자기 증상이 악화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사망진단서 사인 번복 논란에 대해 “진단검사의학팀이 양성일 것 같다고 해 코로나라고 했다가 질본이 재판정한다고 해 포괄개념이 폐렴으로 변경했다”며 “최종 판정이 나오기 전까지 진단서가 필요할 수 있어 일단 폐렴으로 발급한 뒤 질본이 코로나19라고 하면 다시 써 주겠다고 유족에게 설명했다”고 해명했다.
다른 병원들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대구지역 한 대형 병원 관계자는 “오진이 아닌가 의심이 들었는데, 막상 결과가 이러니 황당하다”며 “갑작스레 많은 검사를 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불의의 사고로 보이며, 다른 병원이나 기관 전체의 신뢰성 문제로 확대 해석해선 안 된다”고 경계했다.
대구시는 “질본으로부터 구체적인 내용을 연락 받지 못했지만 관계기관과 철저히 조사한 뒤 후속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신천지교회 전수조사를 비롯해 한 달 넘게 분투하다 ‘돌발사고’가 벌어지자 그간의 노력이 희석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표정도 역력했다.
경북도는 “도내 유일 검사기관인 경북도 보건환경연구원에서 하루 130~150건 가량 검사하는데, 그 이상이면 민간수탁기관에 의뢰한다”며 “영남대병원에서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면 우리도 더 점검해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반 시민은 물론 의료계 종사자들 중에선 질본 발표를 믿기 어렵다는 의견도 폭주하고 있다. 한 의료진은 “박테리아 배양이라면 몰라도 PCR검사(환자의 침이나 가래 등 검사)에서 실험실 오염으로 음성이 양성으로 나온다는 것은 이상하다”고 했다. “정부가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며 음모론을 제기하는 시민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 유족 측은 신종 코로나로 숨진 게 아니라는 질본 발표에 대해 “신종 코로나를 우려해 입원을 미루는 등 치료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증상이 악화해 숨졌다”며
“결국 신종 코로나가 우리 아들을 죽인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경산중앙병원은 “검사결과가 나오기 전이었지만 신종 코로나 의심증세를 보여 음압격리병상이 없는 우리 병원 입장에선 입원시킬 수 없었다”며 “13일 오후 상태가 더 악화한 것을 확인하고 영남대병원에 사정해서 입원시킨 것”이라고 공식입장을 내놓았다.
경산=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대구=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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