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집단발생한 경기도 성남 분당제생병원이 144명의 자가격리 대상 명단을 누락해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병원 의료진과 행정실 직원 등 6명의 추가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중 2명은 누락된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성남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분당구 이매1동과 서현1동에 사는 50세 여성과 33세 여성이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왔다. 이들은 분당제생병원 확진자 대부분이 머물렀던 본관 8층 81병동에서 근무했던 의료진이다. 이들은 누락된 명단에 있던 직원 대상 검진 과정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 관계자는 “현재 누락된 명단에 있던 분들에 대한 검체 채취 중이어서 이들도 누락된 명단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검사를 진행하고 있어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날 오전 남양주 화도읍에 거주하는 31세 여성도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이 병원 간호행정직 직원으로 확인됐다. 이 여성은 같은 간호행정직 동료가 지난 18일 확진 판정을 받자 곧바로 검체를 채취했다가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나머지 2명은 분당제생병원 81병동에 입원했다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숨진 환자 2명의 딸 2명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광주시 남한산성면과 용인시 기흥구 언남동에 각각 거주하고 있으며 확진 환자들과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 중이었다.
또 1명은 경기도 소속 역학조사관(40대 여성)이다. 국내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이후 전국 역학조사관 중에 감염된 첫 사례로 추정된다. 역학조사관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집단 발생한 분당제생병원에 마련된 상황실 즉각대응팀에서 지난 5일부터 13일까지 근무하며 역학조사 업무를 수행했다고 도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분당제생병원 관련 확진자는 지난 5일 첫 발생 후 모두 36명으로 늘어났다.
확진자 중에는 이영상 원장과 사태 수습을 위해 분당제생병원에 파견된 성남시 분당구보건소 팀장 1명도 포함됐다.
이와 관련 경기도는 전날인 18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분당제생병원이 경기도 방역 당국에 원장을 포함, 확진자와 접촉한 직원 144명의 명단을 누락해 제출했다”며 “이로 인해 이들이 자유롭게 병원 안팎을 돌아다녔고, 역학조사 차질로 감염 확산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경기도는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분당제생병원에 필요한 조치를 검토 중이다.
분당제생병원 측은 대국민 사과문을 냈다.
병원은 입장문에서 “병원의 잘못으로 감염증에 고통받는 환자와 가족, 성남시민 여러분께 상심을 안겨드려 죄송하다”며 “확진자와 관련된 자료, 접촉자 선정 및 관련된 자료, 오염 구역의 소독, 자가격리자 관리, 코로나 증상 발생 여부 관찰 등 모든 업무는 역학조사팀의 관리 지도 아래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환자 진료로도 부족한 인력으로 밤을 새우며 자료를 만들어 역학조사팀에 제출했지만, 병원 폐쇄 상황에서 급박하게 움직이는 역학조사관과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며 “부족한 업무역량으로 역학조사팀이 원하는 자료를 알아채지 못해 현재 같은 상황이 발생한 점에 깊이 사과 드린다”고 거듭 사과했다. 병원 측은 “의료인의 양심과 윤리에 비춰 자가격리대상자를 고의로 축소하거나 누락한 적이 없으며 부족한 인력과 완벽하지 못한 업무처리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성남=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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