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주민 10명 중 7명 가까이가 여전히 한국 사회에 인종차별이 존재한다고 느낀다는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인권위가 오는 21일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맞아 이주민 338명을 대상으로 한국사회의 인종차별 실태를 조사한 결과 68.4%가 ‘한국에 대체로 인종차별이 존재한다’고 응답했다고 19일 밝혔다.
이주민들이 생각하는 차별 사유(중복응답)로는 한국어 능력(62.3%)이 가장 많았다. 한국인이 아니라서(59.7%), 출신 국가(56.8%), 등이 뒤를 이었다.
차별을 경험한 응답자 중 반말이나 욕, 조롱 등 언어적 비하를 경험한 비율은 56.1%로 절반을 훌쩍 뛰어넘었다. 사생활에 대해 지나치게 물어보거나(46.9%) 기분 나쁜 시선을 받고(43.1%), 없는 사람 취급을 당했다(34.9%)는 비율도 상당했다. 성희롱이나 성폭행을 당했다는 응답도 전체의 7.1%였다. 한 무슬림 이주민은 인권위 조사에서 “한 번은 길을 지나가다가, 한 번은 마트에서 누군가 내 히잡을 벗긴 일이 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인종차별을 경험한 이주민 절반 가까이는 아무런 대처를 하지 못했다. 응답자의 48.9%는 차별을 당했을 때 ‘무엇인가 하고 싶었지만 그냥 참았다’고 답했다. ‘이주민이기 때문에 무시당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28.5%), ‘나의 행동을 뒤돌아보았다’(28.5%) 등 피해 원인을 자신에게 돌리고 차별적 관행을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었다.
이주민들은 인종차별을 막기 위한 법과 정책 필요성에 크게 공감했다. 국가ㆍ공공기관을 포함해 모든 개인ㆍ단체 등에 의한 인종차별을 금지하는 법규 마련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이들이 88.3%에 달했다. 이 밖에도 ‘모든 정책 입안 시 인종차별 영향 평가를 고려’(86.9%), ‘인종주의적 동기로 발생한 범죄에 대한 가중처벌’(86.8%)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인권위는 “국가인권기구로서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 권고의 국내 이행을 촉진하기 위하여 책임을 다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2018년 한국의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 확산에 우려를 표명하고, 인종차별 확산 금지를 위해 노력할 것을 한국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