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1만8,252㎞ 떨어진 신비의 나라 칠레. 국내에서 중남미 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따고 대학강사로 활동했던 저자는 16년 전 칠레로 떠났다. 현지 아시아학 센터에서 일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도착해보니 약속했던 일자리도, 센터조차 없었다.
맨땅에 헤딩하듯 처음부터 시작했다. 알음알음 소개받은 곳에서 아시아 관련 강의를 했다. 대부분이 무료였다. 매일 생계 걱정에 시달리며 2년을 버틴 끝에 2006년 칠레 최고 명문대인 칠레가톨릭대에서 유일한 한국인 교수가 됐다.
책은 ‘칠레 명문대 유일한 한국인 교수’라는 타이틀에서 기대되는 일반의 환상을 산산이 깨부순다. 칠레의 낭만적 삶도, 칠레에서 연구한 눈부신 학문적 성과도 책에는 없다. 낯선 이국의 땅에서 언어의 한계에 좌절하고 수많은 편견에 재단 당하면서도 꿋꿋이 버텨온 삶을 말한다. 저자는 책에서 “툭하면 울고 밤잠을 설치면서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꿈을 이루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하는 일이 ‘재미있었기’ 때문이었다”고 이유를 설명한다.
한국에서 버틸 용기
민원정 지음
바른북스 발행ㆍ158쪽ㆍ1만5,000원
외국에서 답을 구하려 헬조선(살기 어려운 한국사회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탈출을 꿈꾸는 젊은이에게 저자는 조언한다. 치열한 한국에서 버틸 용기가 있지만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고 싶을 때, 그때 과감하게 떠나라고. 외국은 도피처가 아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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