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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Why]자비로 귀국하겠다는 이탈리아 교민 두고 갑론을박, 왜

입력
2020.03.19 13:23
수정
2020.03.1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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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한인회 “한국 돌아갈 길 막혀 막막… 일시 귀국 희망자 모집”

국내 여론은 “코로나19 최악 지역에서 오면 국내 의료진 부담 커져”

전국 이동 제한령이 발효된 첫날인 지난 1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상징인 콜로세움 주변에 인적이 드물다. 로마=연합뉴스
전국 이동 제한령이 발효된 첫날인 지난 1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상징인 콜로세움 주변에 인적이 드물다. 로마=연합뉴스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을 겁니다. 특히 이역만리 해외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향수가 더 짙겠지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팬데믹 상황으로 악화하면서 교민들의 걱정도 커집니다. 의료 시설이 고국인 한국에 비해 열악한 이탈리아, 동시에 인종차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그곳의 교민들은 잠시 고국으로 몸을 피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귀국을 원하는 교민들의 움직임에 반대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무턱대고 하는 반대는 아닙니다.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보면 쉽게 반박하기 어렵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한국으로 잠시 피하실 분 계신가요?”

한인회 차원에서 전세기 수요 조사를 시작한 건 지난 17일입니다.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이로 인한 사망자 수가 급증하면서 건강은 물론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었는데요.

이에 한인회는 “귀국을 하고 싶어도 갈 길이 막혀 막막한 분들이 있어 일시 귀국 희망자를 집계하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귀국 일정과 방법을 알기 전, 귀국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지 수요 조사를 하는 거였죠. 중국 우한이나 이란처럼 정부 차원에서 전세기를 띄워 귀국을 돕는 것은 아니었고요. 재이탈리아 한인회 자체적으로 알아보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결과 500여명이 한국에 가고 싶다고 희망한다고 파악됐는데요. 그 실행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교민 입국 반대한다” 국민청원까지 등장?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전세기로 귀국 방법을 알아본다는 이탈리아 교민 소식이 퍼지자 반대하는 의견이 등장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탈리아 교민 입국 반대’ 국민청원이 등장한 건데요. 청원자는 “한국 공공 의료에 편승하려는 코로나19 난민이 생길까 우려된다”며 “해외입국자가 코로나19 발병 시 비용을 자가 부담하고 향후 교민 수용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코로나19 해외 역입국 방지 대책 촉구’ 국민청원도 등장했는데요. 이 청원에는 100명 이상이 동의해 정식 청원으로 등록될 단계에 놓였습니다.

급기야 한인회가 수요 조사를 통해 특별기 형태로 여객기 운행이 가능한지를 타진한 대한항공에 직접 민원을 제기하는 일까지 발생했습니다. 한 누리꾼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 대한항공 계정에 지난 18일 “이탈리아 교민들 전세기 검토 중이라던데 사실이라면 발열 검사는 하는지, 대한항공의 생각이 궁금하다”며 댓글을 남겼는데요. 이에 대한항공은 공식 계정으로 “대한항공은 현재 자체적으로 전세기 운항 계획이 없으며 정부의 공식 요청이 있으면 모든 절차를 정부와 협의해 운항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대한항공 인스타그램 캡처
대한항공 인스타그램 캡처

◇반대하는 이유? “병원 못 가는 국내 확진자도 많은데”

4일 대구시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진료활동을 마친 한 의료진의 얼굴에 오랜 시간 고글 착용으로 생긴 상처에 반창고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4일 대구시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진료활동을 마친 한 의료진의 얼굴에 오랜 시간 고글 착용으로 생긴 상처에 반창고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고국에 돌아오려는 이탈리아 교민들을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상적으로는 모두를 받아들이면 좋겠지만,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는 겁니다.

먼저 의료진의 부담과 의료 및 격리 시설이 부족합니다. 19일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6,241명에 달하는 대구지역의 경우 확진자를 모두 수용할 의료 시설이 부족해 경증 환자 등 일부 확진자는 의료 시설이 아닌 격리 시설에 수용돼 의료진의 도움을 받고 있고요. 앞서 사망한 확진자 중에도 의료 시설을 이용하지 못해 상태가 나빠졌다며 물음표를 다는 목소리도 있고요.

게다가 이날 기준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에서 입국한 이들 중 확진자가 추가로 나오는 상황에서 수백명이 단체로 입국한다면 이들이 오는 과정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할 가능성은 물론 추가 확진자까지 부담하기엔 현재 한국의 의료 시설도 포화 상태라는 점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국민은 질병관리본부 및 중앙방역대책본부, 각 대형병원 등 관계인들의 피로도를 걱정하고 있는데요. 누리꾼들은 “국내도 환자 7,000여명이다. 사투 벌이는 의료진 생각은 안 하나. 그분들도 한계”(이***), “과다한 업무로 과로사한 공무원도 있다. 지금 의료 시설이 넉넉한 상황도 아닌데 다 받아주면 어쩌란 말인가”(사*******)라는 의견을 나타냈습니다.

또 사회적 거리 두기가 길어지면서 지역 경제가 최악의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도 반대 의견의 근거가 되고 있는데요. “일상이 엉망이고 끝도 모를 두려움을 참고 있는데, 그게 더 길어지면 어쩌나. 이제 그만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콩**)며 입국 금지를 반대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건강보험 재정 악화가 불 보듯 뻔한데, 세금 안 낸 교민들까지 수용할 수 있나”라는 물음도 있습니다. 국민청원을 제기한 청원자는 “치료는 해줄 수 있어도 국민 혈세인 건강보험료가 나가지 않도록 막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어요.

◇이탈리아 교민은 중국 우한ㆍ이란 교민과 다르다?

이란에 살고 있는 교민들이 18일 오후 9시(현지시간)쯤 테헤란 이맘호메이니 국제공항에서 노란색 조끼를 입은 대사관 직원들의 도움을 받으며 출국을 기다리고 있다. 교민과 이란인 가족 80명은 이날 오후 10시 출발하는 이란항공을 타고 UAE 두바이로 갔다 아시아나항공을 타고 귀국한다. 이란 교민 제공
이란에 살고 있는 교민들이 18일 오후 9시(현지시간)쯤 테헤란 이맘호메이니 국제공항에서 노란색 조끼를 입은 대사관 직원들의 도움을 받으며 출국을 기다리고 있다. 교민과 이란인 가족 80명은 이날 오후 10시 출발하는 이란항공을 타고 UAE 두바이로 갔다 아시아나항공을 타고 귀국한다. 이란 교민 제공

이탈리아 교민들을 향한 국내 여론이 부정적이라는 소식에 일부 교민들은 서운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탈리아 교민이 앞서 전세기를 동원해 귀국 조치한 중국 후베이성 우한 지역 및 이란 교민들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점도 지적되는데요.

중국 후베이성 우한 지역은 앞서 우한 시외로 누구도 빠져나올 수 없도록 중국 정부가 봉쇄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들을 보호할 방법이 전세기 말곤 없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우한 교민들은 자부담으로 전세기를 타고 지난 1월 말 귀국하게 된 거죠. 또 이란에 거주하는 교민의 경우 오가는 항공편이 거의 끊긴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전세기를 타게 됐다고 해요. 이마저도 미국 제재 탓에 두바이까지는 이란 항공을 이용한 뒤 두바이에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로 갈아탔어야 하고요.

반면 이탈리아는 아직 항공편이 많기 때문에 굳이 전세기까지 동원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실제로 이날 웹사이트에서 20일에 출발해 21일에 도착하는 귀국 항공편을 검색해보니 비록 1,2번 경유를 해야 하지만 구할 수 있는 표가 있었는데요. 가격도 최저가가 110만원대로 평소 시세보다 아주 비싼 편은 아니었습니다.

◇이탈리아 상황이 안타깝지만

이탈리아 로마 중심가의 주요 쇼핑 거리 중 하나가 완전히 인적이 끊겼다. AP 연합뉴스
이탈리아 로마 중심가의 주요 쇼핑 거리 중 하나가 완전히 인적이 끊겼다. AP 연합뉴스

이탈리아 교민들을 걱정하는 사람들의 애타는 마음을 이탈리아 사람들은 몰라주는 걸까요. 코로나19 피해가 악화하지만, 이탈리아 현지인들의 상황 인식은 이에 한참 못 미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탈리아 내 코로나19 확산지로 꼽히는 북부 롬바르디아주 줄리오 갈레라 보건부 장관은 18일(현지시간)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휴대전화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주민의 40%가 여전히 어딘가를 돌아다닌다”고 비판했는데요.

우리 정부가 강조했든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가장 기본적인 철칙은 사회적 거리 두기입니다. 이에 아틸리오 폰타나 롬바르디아 주지사도 “주민들이 집에 머물지 않으면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경고했지요. 이미 이탈리아에선 식료품이나 의약품을 구하기 위해 또는 업무상 이유가 아닌 이상 외출이 제한되고 있는데요. 그런데도 위반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탈리아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이날 기준 3만5,714명이고 누적 사망자수는 2,978명에 달합니다. 교민들이 우려하고 불안해할 상황인 건 분명한 셈인데요. 아무쪼록 어디에 계시든 우리 교민들이 안전하게 코로나19 위기를 넘기길 바랄 뿐입니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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