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혼인건수가 전년 대비 1만8,000건 넘게 감소하며 4년 연속 역대 최소치를 경신했다. 인구 1,000명당 혼인건수를 의미하는 ‘조혼인율’ 역시 2014년부터 매년 역대 최저 수준이다. 결혼을 많이 하는 30대 인구가 줄어드는 데 더해 결혼관 자체도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자연히 사상 최악의 ‘출산 절벽’도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1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혼인ㆍ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건수는 전년 대비 7.2%(1만8,500건) 감소한 23만9,200건으로 집계돼,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70년 이래 가장 적었다. 혼인건수는 2012년 이후 8년 연속 줄어들고 있으며, 2016년(28만1,600건) 역대 최소치를 기록한 뒤 매년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작년에는 특히 남녀 모두 초혼인 경우가 1만6,000건(8.0%) 줄어들어 혼인건수 감소를 주도했다.
인구 감소 요인을 감안한 조혼인율도 지난해 4.7건으로 1년 사이 0.3건 줄었다. 지난해 인구 1,000명 가운데 혼인신고를 한 사람은 9.4명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조혼인율도 8년 연속 하락하는 동시에 6년 내내 역대 최저치를 갱신하고 있다.
결혼을 늦게 하는 ‘만혼’ 추세도 이어졌다. 지난해 평균 초혼연령은 남자 33.4세, 여자 30.6세로 남녀 모두 전년 대비 0.2세 상승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남자는 1.8세, 1.9세씩 높아졌다.
이처럼 혼인이 줄고 늦어지는 것은 인구구조와 사회문화적 인식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먼저 혼인을 주로 하는 연령층인 30대 초반 인구가 지난해 전년 대비 2.4% 줄었다.
여기에 13세 이상 인구 중 ‘결혼을 해야 한다’ 혹은 ‘결혼을 하는 게 좋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2012년 62.7%에서 2018년 48.1%로 14.6%포인트나 떨어졌다. 특히 이 같은 응답을 한 미혼여성의 비율은 2012년 43.3%에서 2018년 22.4%로 급락했다. 김진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주거비 부담이나 소득 등 독립된 생계를 필요로 하는 결혼 여건이 어려워 지는 상황도 (혼인건수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이혼건수는 전년 대비 2.0%(2,100건) 증가한 10만8,700건으로 집계됐다. 2018년에 이어 2년 연속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이혼건수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연령대는 남녀 모두 60세 이상(남자 11.0%, 여자 16.2%)으로, 황혼 이혼이 늘어나는 추세가 이어졌다.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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