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망자 수와 치사율이 동남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확진 환자 숫자 상위 40개국으로 좁힌 치사율은 사망자가 1,000명이 넘어선 이탈리아, 이란보다 높다. 그런데도 일부 지역에선 종교 행사를 위해 각국에서 8,600여명이 모여 우려를 키우고 있다.
19일 자카르타포스트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코로나19 사망자는 전날까지 19명, 치사율은 8.4%를 기록했다. 동남아에선 필리핀이 코로나19 사망자 17명, 치사율 8.4%로 인도네시아 다음이었다. 말레이시아는 코로나19 환자 790명 중 사망자가 2명에 그쳤고, 싱가포르와 브루나이는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각 313명, 68명이지만 아직 사망자가 없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확진 환자 수가 200명대인 상위 40개국만 따지면 치사율이 가장 높다. 확진 환자가 세계에서 두 번째, 세 번째로 많이 발생한 이탈리아와 이란은 사망자 수와 치사율이 각각 2,500여명에 7.9%, 1,100여명에 6.5%로 집계됐다.
이 와중에 인도네시아 일부 지역에선 당국의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무슬림 집회가 열렸다. 17~18일 술라웨시섬의 남부술라웨시주(州) 고와 지역에 각국에서 온 무슬림 8,694명이 모인 것이다. 주최 측은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태국,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필리핀에서 왔고 계속 오는 중”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전파를 우려해 행사 강행을 말렸으나 ‘우리는 신을 더 두려워한다’라며 듣지 않았다”는 게 지역 경찰 얘기다. 로이터통신이 입수한 집회 홍보 자료에는 ‘이 세상에 사는 즐거움은 사후에 비하면 조금밖에 없다’고 적혀 있었다.
다행히 주최 측이 인도네시아 정부의 자제 권고를 받아들여 19~22일 1만명 넘게 참석할 예정이던 본 집회는 취소됐다. 당국은 이미 운집한 인원들을 격리 조치한 뒤 순차적으로 돌려보낼 계획이다. 그러나 이미 대규모 인원이 한 자리에 모였다 흩어지는 것이라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 동남아 지역 2차 확산의 도화선이 된 말레이시아 무슬림 집회를 주최한 무슬림 선교단체 타블리기 자마앗(TJㆍ믿음을전파하는공동체)가 이번 집회 역시 주최한 것으로 알려졌다. TJ는 선지자 무함마드의 선행과 선교방법 등 전통을 고수하는 단체로 음식도 함께 모여 손으로 먹는 등 각국을 돌면서 수시로 가가호호 방문 선교 활동을 하는 게 특징이다.
지난달 27일부터 나흘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이슬람 사원(모스크) ‘스리 프탈링’에서 열린 무슬림 집회 참석자 중 코로나19 확진 환자는 최소 520명으로 늘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2주간 아예 모스크 문을 닫았고, 캄보디아는 종교 행사를 금지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정부는 아직 “종교 행사를 자제하라”는 권고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이달 2일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뒤 확산세가 가파르다. 반둥공대(ITB) 연구진은 인도네시아 코로나19 감염자가 8,000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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