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ㆍ대만 강조해 정부에 공 돌아가는 것 막으려 안간힘”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두 자릿수 증가세에 접어 든 국내 상황에 대해 우리 정부에 좋은 점수를 줘야 마땅하다며 지나친 비판을 자제하자고 호소했다.
이 교수는 18일 서울대 경제학부 게시판에 ‘어느 나라가 방역모범국가인지를 따지는 것은 낭비적 논쟁일 뿐이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우리는 그 어느 지역을 봉쇄하지도 않고 그 어떤 사람에게도 강압적 조처를 취하지 않고서도 이 상황에 이르렀다”며 “이 과정의 주역 중 하나였던 정부에게 그 동안 수고했다고 위로를 해주지는 못할망정 ‘무능의 극치’니 뭐니 하는 말로 상처를 주는 것은 몰상식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초기단계에서 우리 정부가 몇 가지 뼈아픈 실책을 저지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보수언론과 보수야당이 주장하듯 그것이 정부의 무능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증거가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 사람들은 ‘탄핵’이란 말을 참 쉽게 쓴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뭐 하나 사소한 잘못이 있으면 그걸 트집 잡아 탄핵해야 한다는 무책임한 말을 내뱉는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 유럽의 봉쇄정책을 언급하며 “만약 우리 정부가 이렇게 대응해 전국이 봉쇄상태에 들어가 가게와 식당이 모두 문을 닫고 사람들이 거리에서 사라졌다고 해보자”라며 “보수언론과 보수야당은 물론 일반 시민들까지 탄핵해야 마땅하다고 목청을 높이지 않았겠나. 단지 탄핵을 해야 한다는데 그치지 않고 대통령을 위시한 책임자를 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을 거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또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은 대만과 싱가포르라는 내용을 담은 한 언론 사설을 언급하며 “통계수치가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듯, 대만, 싱가포르, 홍콩의 상황이 우리보다 훨씬 더 좋다”며 “이처럼 뻔한 사실을 구태여 강조하는 이유는 우리 정부에게 공이 돌아가는 것을 막아보자는 저의 아니겠나. 무슨 수를 쓰든 정부에게 공이 돌아가는 것만은 막아보자는 그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안쓰럽기까지 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 나라들에는 어두운 곳에 숨어 바이러스의 공장 역할을 한 신천지 교단 같은 것이 없다”며 “그리고 일요일 예배를 제발 온라인으로 대체해 달라는 당국의 간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예배를 강행해 집단감염을 일으키는 개신교 교회들도 없다. 나라마다 사정이 크게 다른데 이들을 일대일로 비교해 결론을 이끌어낸다는 것은 어불성설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아직 우리의 게임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제2의 신천지 사태가 터져 나올지 속단할 수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어느 나라가 방역모범국가인지를 따지는 것은 치졸하기 짝이 없는 행태다. 머리를 맞대고 사태 해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건설적 방법을 찾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밝혔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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