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에 떨던 이란 교민 80명, 두바이서 체온 검사 후 전세기에 올라
두바이 공항에선 이란항공 아시아나 항공 나란히 세워 동선 최소화
이란에서 1차 귀국에 실패한 한국교민 80명이 18일 오후 10시(현지시간) 테헤란을 무사히 빠져나왔다. 이들은 당초 13일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었다.
이날 이란을 빠져나온 교민에 따르면 교민과 이란인 가족, 현지 주재원 80명은 18일 오후 테헤란 이맘호메이니 국제공항에 모여 노란색 조끼를 입은 한국대사관 직원들의 도움으로 수속을 밟은 뒤 이란항공에 탑승했다. 이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
교민 등은 19일 새벽 0시30분 UAE 두바이공항에 도착해 도착했다. 한국에서 온 방역요원이 방호복을 착용한채 이란항공기에 탑승해 먼저 체온 검사부터 실시했다. 교민들은 공항 주기장에 내려 이란항공기 바로 오른쪽에 서있는 아시아나항공기에 탑승했다. 혹시나 모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차단과 교민 안전을 위해 비행기 2대를 나란히 세워 동선을 최소화한 것이다.
교민들은 오전 3시 두바이공항을 이륙해 이날 오후 4시30분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교민들과 함께 이란항공에 탑승한 주이란 한국대사관 외교관 5명은 아시아나항공에 싣고 간 마스크 등 방역물품을 이란항공에 싣고 다시 테헤란으로 향했다.
당초 교민들은 13일 이란의 마한항공을 타고 테헤란을 빠져나올 계획이었으나 항공사 사정으로 비행편이 취소되면서 불안에 떨었다. 특히 올초 미국과 이란이 대립했을 당시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 독자파병을 결정한 후 양국 관계가 얼어붙은 것도 불안감을 더했다.
그후 외교부와 한국대사관 측은 대체 항공편을 마련하기 위해 외교라인을 총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초 미국과 이란 관계가 악화되자 주이란 한국대사관 측이 교민탈출을 위한 훈련을 수 차례 실시한 것도 도움이 됐다.
한 이란 교민은 “대사관 측에서 대피경로를 최적화하기 위해 올초에만 수 차례 교민과 주재원 인적사항과 거주지를 파악했다”며 “한국에 대한 이미지도 실추된데다 이란도 신종 코로나 직격탄을 맞고 있는 터여서 대체 항공기를 구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민들은 귀국 후 시설에서 신종 코로나 검사를 먼저 받게 된다.
한편 18일 낮12시 현재 이란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1만7,361명 사망자는 1,135명으로 집계됐다.
귀국행 비행기에 오른 한 이란 교민은 “올초 미국과 전쟁 일보 직전까지 갔을 때는 이란에서 어떻게 탈출할까 고민했는데, 신종 코로나로 테헤란을 떠나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또 “처음에는 이란을 빠져나오지 못할까 걱정됐는데 이젠 테헤란에 남은 교민과 이란 친구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착잡하다”고 말했다.
전준호 기자 jhj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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