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공천’으로 ‘모(母)정당’인 미래통합당과 갈등을 빚은 미래한국당이 18일 비례대표 공천 명단을 일부 조정하기로 했다. 봉합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미래한국당이 당선 안정권에 해당하는 20번 안쪽에 통합당 영입인재를 배치하는 방식으로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통합당이 전면 조정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불씨는 남아있다.
미래한국당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가 이틀 전 마련한 46명의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 명단 중 당선권에 해당하는 20번 이하 명단에 대해 일부 재의를 의결했다. 통합당의 지속적인 재검토 압박에 일부 조정이란 절충안을 내놓은 것이다. 위원들은 상위 순번 중 8명 가량을 부적격으로 보고 교체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은 뒤, 공관위와 논의 끝에 ‘5명 이상 교체’로 최종 결정했다.
공병호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취업 사기와 학력 위조 등 의혹이 제기된 11번 권애영 전 자유한국당 전남도당위원장에 대해서만 재심의하겠다는 완강한 입장이었다. 그러나 최고위원들의 설득에 교체 규모를 대폭 늘리기로 한발 물러섰다. 공관위는 최고위원회 의결 뒤 곧바로 회의를 열어 순번 조정 논의에 들어갔다. 당선권 밖으로 밀린 윤봉길 의사의 장손녀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21번), 이종성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사무총장(22번)과 아예 명단에도 들지 못한 최승재 전 소상공인연합회장 등을 당선권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이 거론된다.
하지만 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의 갈등이 완전히 해결됐다고 보기는 이르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미래한국당이 원점으로 돌아가 명단을 다시 짜야 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이미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에 대한 신뢰가 깨져, 바뀐 명단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작지 않다. 통합당이 10석 가량의 비례의석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자체적으로 비례대표 후보를 내거나, 아예 제2의 위성정당을 창당하는 시나리오를 아직 접은 상태가 아니라는 얘기다.
통합당은 지난달 전신인 ‘자유한국당’ 당명을 다른 정당이 쓰는 것을 막기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자유한국당 창당준비위원회(창준위)를 등록했다. 창준위 대표는 통합당 사무처 노동조합위원장인 오영철씨다. 오씨는 미래한국당 창준위 결성 때도 대표로 이름을 올렸다. 통합당 관계자는 “자유한국당 정식 창당은 2, 3일 만에도 가능하다”며 “총선 후보자 등록 신청이 마감되는 27일까지만 명단을 확정하면 되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를 실행할 경우, 태생부터 꼼수라는 지적을 받아 온 미래한국당의 공천에 또 다시 꼼수로 맞선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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