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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이 뭐길래… 금융시장 ‘뇌관’ 국제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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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이 뭐길래… 금융시장 ‘뇌관’ 국제유가

입력
2020.03.19 01:0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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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 밑으로 떨어진 가운데 17일 경기 의정부시 한 주유소에서 한 시민이 휘발유를 리터당 1,395원에 주유하고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 밑으로 떨어진 가운데 17일 경기 의정부시 한 주유소에서 한 시민이 휘발유를 리터당 1,395원에 주유하고 있다. 뉴시스

세계 금융시장이 유가에 울고 유가에 웃고 있다. 유가가 내리면 기업이나 가계의 비용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경기위축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터라 유가 하락이 디플레이션 등 더 큰 위기를 불러올 수 있는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어서다. 1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6.1% 떨어진 26.9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28.7달러)에 이어 연 이틀 급락세를 보이며 2016년 2월 이후 최저 수준까지 주저앉은 것이다. 2월 중순까지만 해도 배럴당 50달러를 웃돌았던 WTI시세는 이로서 약 한 달 만에 반 토막이 났다. 이날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도 전날보다 4.4% 내린 배럴당 28.73달러에 거래됐다.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통하던 배럴당 30달러가 깨지자 가뜩이나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세계 금융시장은 그야말로 대혼란에 빠졌다. 16일(현지시간) 뉴욕 3대 증시가 11~12% 곤두박질 친 데에도 국제유가 하락이 한 몫을 했다. 지난 9일 세계 증시가 일제히 주저 앉은 것도 앞서 WTI 가격이 장중 30% 이상 폭락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일반적으로 유가 폭락은 기대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을 낮춰 경제활동 유인을 훼손시킨다. 즉 유가 하락은 곧 경기침체의 신호로 투자심리 역시 급격하게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은 “최근 국내 주가 하락을 이끈 외국인 매도 역시 유가요인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업종에 집중됐다”고 밝혔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 추이. 그래픽=강준구 기자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 추이. 그래픽=강준구 기자

문제는 유가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유가 하락의 원인인 산유국들의 각자증산을 통한 ‘치킨게임’은 갈수록 더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17일 올해 1분기 WTI가 배럴당 22달러, 브렌트유는 20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달 들어서만 두 번째 하향 조정이다. 제프리 커리 골드만삭스 연구원은 “현재 원유 소비량 감소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JP모간체이스도 WTI가 오는 6월까지 배럴당 24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에서는 원유를 기초 자산으로 삼는 파생결합증권(DLS)이 대규모 손실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원유 DLS는 유가가 일정 가격 범위 내에 있으면 약정된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지만 기준가의 50% 밑으로 떨어지면 만기 때 원금 손실 가능성이 생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원금손실구간(Knock in·녹인)에 진입한 DLS 규모는 약 3,000억원 이상이다. 유가 폭락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투자자들의 손실도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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