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요양병원 4곳서도 13명 추가... 교회ㆍ병원 등 산발 감염 끊이지 않아
대구 요양병원 5곳에서 18일 의료진과 입원환자 87명이 무더기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다. 면역력이 약한 고령자들이 공동생활해 감염병 취약지대로 지목 받아온 요양병원에 대형 집단감염의 큰불이 옮겨 붙은 것이다. 신종 코로나의 전국적인 확산세가 주춤해진 가운데 콜센터, 교회, 요양병원 등 집단이용시설을 중심으로 한 산발적 집단발병이 끊이질 않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구에서는 이날 기저질환이 없던 17세 청소년이 발열과 폐렴 등 신종 코로나 의심 증상을 보이다 사망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사망자가 입원 중이던 영남대병원이 앞서 시행한 유전자 검사(RT-PCR)에서는 음성과 양성 여부를 판단하기 힘든 결과(미결정)가 나와 사후 검체를 채취해 최종 확진 검사를 진행 중이다. 질본의 최종 양성 판정이 나오면 신종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국내 최연소, 첫 10대 사망자로 기록된다.
18일 대구시와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 등에 따르면 이날 신종 코로나 확진환자가 확인된 대구 시내 소재 요양병원은 한사랑요양병원(74명) 배성병원(7명) 수성요양병원(4명) 진명실버홈(1명) 시지노인병원(1명)이다. 대구시는 지난주부터 사회복지시설 등 고위험 집단시설 397곳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까지 전체 기관의 30%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했다.
확진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한사랑요양병원에선 16일 간호과장이 처음으로 확진판정을 받았고 전체 종사자(71명)와 입원환자(117명)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 종사자 17명과 환자 57명이 이날까지 확진됐다.
의료계에선 신종 코로나 확산 사태 초기부터 요양병원을 집단감염 취약지대로 꼽아왔다. 고령 입원환자가 많은 만큼, 신종 코로나가 퍼지면 중증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입원환자들이 대개 4~6인실에서 집단으로 생활하고 복도 등 공유하는 생활공간이 좁아 확산 속도도 빠르다. 거동이 불편한 입원환자가 많아서 간병인이 꼭 필요한 점도 감염관리를 힘들게 하는 요소로 꼽힌다. 고령자들의 경우 발열 등 신종 코로나 의심증상이 눈에 띄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집단감염이 빨리 발견되지 않는다.
요양병원의 대다수가 감염관리실을 운영하지 않는 점도 신종 코로나 환자 발견과 대응이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2018년 질병관리본부 실태조사에선 조사대상 요양병원(973곳)의 93.6%가 감염관리실을 갖추지 않았다. 감염관리실은 병원 내 감염환자 발생을 감시하고 대응하는 기구로 감염예방에 꼭 필요한 조직이지만 요양병원은 상급종합병원과 달리 감염관리실을 갖출 법적 의무가 없다. 정부는 올해부터 감염관리실 운영 등 일정한 기준을 충족한 요양병원에 대해서도 감염예방관리료를 지급할 예정이라고 지난해 밝혔으나 기준은 아직도 마련되지 않았다.
요양병원이 감염병 환자를 일찍 발견해도 스스로 치료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격리병실을 갖춘 병원이 드물기 때문이다. 2017년 요양병원도 샤워시설을 포함한 화장실을 갖춘 격리병실을 갖추도록 의료법이 개정됐지만 300병상 이상 요양병원에만 적용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관리실과 인력을 갖춘 대학병원에서는 열이 나거나 호흡기 증상이 있는 환자를 항상 모니터링(관찰)하며 대응을 준비한다”면서 “요양병원엔 감염관리 의사도 간호사도 없으니 발열이 나타나도 어떤 병 때문인지 점검하기가 어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요양병원 감염관리 문제는 어제 오늘 지적된 사안이 아니지만 보완되지 못한 채 신종 코로나 사태가 터졌다”면서 “뾰족한 대안이 없는 만큼, 전국 요양병원에 대해 다시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간병인 등 종사자에 대한 감염예방훈련을 실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전국의 누적 확진환자 수는 18일 오전 0시 기준 8,413명으로 전날 같은 시간보다 93명 늘었다. 대구 요양원과 경기 성남시 은혜의강 교회 관련 확진자 급증으로 전날보다 신규 확진자가 증가했다. 이날 성남시에 따르면 은혜의강 교회 관련 확진자는 60명을 넘어섰다. 전국적으로 격리해제자는 139명 증가해 1,540명으로 늘었다. 사망자는 91명으로 집계됐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대구=전준호 기자 jhj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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