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왕원(王文) 중국 런민대 중양금융연구원 집행원장
“전세계 마이너스 성장 대비해야
中경제 회복되면 가치사슬 복원
코로나 계기로 美 고립주의 완화”
“시장에 유동성을 늘리는 미국식 해법으로는 전염병의 충격을 이겨낼 수 없다.”
왕원(王文) 중국 런민대 중양금융연구원 집행원장은 23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이렇게 단언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전 세계적인 마이너스 성장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국가 간 금융 협력과 정책 조율을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대표적인 국제경제ㆍ금융 분야 전문가인 왕 원장은 “중국 경제가 회복돼 글로벌 가치 사슬을 복원할 것”이라며 “바이러스 위협이 세계화에 역행해온 미국의 고립주의를 완화시킬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_지금의 경제위기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교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09년 이래 올해 경제성장 속도가 가장 느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경제가 쇠퇴기에 접어든 시점에 전염병까지 겹쳤다. 전염병이 중국에서 시작됐지만 동아시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가장 적을 것이다. 한중일 3국과 동남아 간 역내 협력은 더 긴밀해지고 있다. 전염병은 일부 국가에 경제 쇼크를 불러일으키는 반면 일부 지역에선 경제 융합을 촉진하고 더 많은 국제 자본을 유치할 것이다.”
_전염병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3가지 경우가 가능하다. 최악은 각국의 방역이 통제불능으로 치달아 가치 사슬이 붕괴되는 글로벌 대위기다. 세계 경제가 100년 전으로 후퇴할 수 있다. 다음은 지역적 위기에 그치는 경우다. 물론 아시아ㆍ유럽ㆍ미주의 일부만 충격을 받아도 글로벌 경제성장률은 2008년 이전으로 후퇴할 수 있다. 각국에서 포퓰리즘과 ‘황색 위험(아시아에 대한 공포)’이 성행할 것이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다. 백신 개발이 가속화하고 국제 공조가 원활히 이뤄져 4월 이후 상황이 잠잠해질 수도 있다. 하반기에 각국의 경기가 살아나면 현재의 부정적 영향은 단기적 위험에 그칠 것이다.”
_미국이 ‘제로(0)’ 수준으로 금리를 인하했는데도 증시가 폭락하고 있다.
“서방 주요국 증시는 2월 하순 이후 가파른 하락세다. 미국의 금리인하로 시장 유동성이 확대됐지만 정보 혼란 속에서 안정 효과는 제한적이다. 금융위기 당시 주요 20개국(G20)이 주도해 글로벌 협력을 강화했다. 각국의 협력만이 자본시장 충격을 해소하는 유일한 해법이다. 미국 증시 폭락은 2008년 이후 유동성 확대에 의존한 정책의 취약성을 보여준다. 미국은 빚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가계 부채가 급증하고 있다. 주식시장이 이를 감당하지 못해 금융 취약성을 심화시킬 수 있다.”
_그럼 중국 경제는 어떤가.
“바이러스 확산 초기 서구는 중국을 질타하고 조롱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중국 체제의 우위가 뚜렷해지고 있다. 중국은 전염병 이후의 경제성장 단계로 접어들었다. 중국의 세계 경제 기여율은 12년 연속 30%를 웃돌았다. 중국의 재정ㆍ통화ㆍ산업정책은 소비ㆍ투자ㆍ수출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브릭스(BRICS)ㆍ상하이협력기구(SCO)ㆍG20 등 국제협력체를 통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은 어떤가.
“많은 전문가들이 1분기는 3.5~5.0%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한다. 하지만 3분기 이후 성장은 낙관적이다. 중국은 전 세계 가치 사슬에서 선도적 지위를 회복할 것이다. 경제 생산과 전염병 예방통제간 균형을 잡고 시장의 신뢰와 소비 수요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_향후 중미 관계를 어떻게 전망하나.
“바이러스는 국제협력을 강화해 글로벌 거버넌스 참여를 촉진함으로써 미국이 주동한 역(逆)세계화 추세를 완화시킬 수 있다. 감염 확산으로 중국과 미국의 경제는 ‘탈동조화(상호 의존성 약화)’ 현상이 가속화했다. 양국의 전략적 상호 신뢰는 제한적이다. 미국은 악의적으로 중국 상황을 과장해 불필요한 공포를 조성하고 있다. 미 대선 국면에서 중국 이슈는 더욱 불거질 것이다. 중국은 새로운 전쟁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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