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명 수용 공간에 500석만
입구선 공항 검역절차 방불케
삼성전자가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 18일 오전. 인근 지하철역 출구에서 주총장 셔틀버스에 오를 때부터 주총 운영진은 손 소독제 사용과 마스크 상시 착용을 주문하면서 ‘탑승 가능 좌석’이라 표시해둔 자리에 엇갈려서 앉도록 권유했다. 주총장인 센터 3층 컨벤션홀에 입장하는 과정에선 공항 검역절차를 방불케 했다. 두 곳으로 통제된 입장 통로에 들어선 사람은 열화상 카메라 및 비접촉식 체온계를 통해 발열 여부를 검사 받았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센터 외부엔 의료진 10명과 음압텐트가 있는 ‘건강확인소’가 운영됐다. 주주 확인석에 당도하면 위험지역 여행 이력 등을 확인하는 문진표를 작성해야 했다.
이날 주총은 유례 없이 지정좌석제로 운영됐다. 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주총장엔 감염 예방을 위한 거리 두기 차원에서 의자가 1,500개만 배치됐는데 그마나 주주들이 최소 두 석을 띄어 앉도록 자리가 지정돼 실제 좌석은 500석으로 좁혀졌다. 삼성전자 주주 총수(61만명)는 물론 지난해 주총 참석자 수(1,000여 명)를 감안해도 부족해 보였지만 막상 채워진 자리는 400석 정도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치러진 국내 시가총액 1위 기업의 주총장에선 이렇게 방역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 시종일관 연출됐다.
주총 의장을 맡은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을 비롯해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장(사장)과 고동진 삼성전자 IM(ITㆍ모바일)부문장(사장) 등 연단에 앉은 회사 최고경영진과 사외이사들도 행사 내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자리를 지켰다. 회사측에선 모든 발언대에 투명 아크릴 칸막이를 설치하고 연단과 주주 좌석을 멀찍이 떨어뜨려 비말이 퍼질 가능성을 차단했다.
삼성전자가 외부 공간에서 주주총회를 연 것은 처음이다. 재작년 주식 액면분할에 따른 주주 수 급증으로 예년처럼 서울 서초사옥에서 치렀던 지난해 주총이 대혼잡을 빚었던 탓에 올해는 보다 넓은 장소를 택했다. 하지만 공교롭게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회사측은 대형 건물에 상응하는 철저한 방역 전략을 짜는 데 부심해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 2주 간 주총을 준비하면서 매일 행사장을 방역했고 건물 외곽에 가벽을 세워 외부인 접근을 원천 차단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한편으로 전자투표제를 처음 도입해 주총에 오지 않아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슈 면에서도 코로나19는 이날 주총의 주요 주제로 언급됐다. 여러 참석자가 경영진에게 코로나19 여파가 회사 실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려 섞인 질문을 던지면서다. 이에 대해 김현석 사장은 “우리나라는 코로나19가 수그러드는 상황이지만 다른 나라는 시작하는 단계라 유통이나 소비 측면에서 미칠 영향을 아직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며 “좀 더 면밀히 분석해서 사업에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고동진 사장은 “당초 올해는 반등할 걸로 예상했던 스마트폰 시장이 코로나19 사태로 위축세가 지속될 거 같다”며 올해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전망치를 전년보다 7% 감소한 13억1,000만대로 내다봤다.
한편 투자계획과 관련해 김 부회장은 “시스템반도체의 경우 2030년까지 연구개발(R&D)와 생산설비에 13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며 “퀀텀닷 디스플레이는 2025년까지 13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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