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로 법원 휴정기에도 ‘출근해야 일한다’ 분위기 탓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회사들이 많지만, ‘어쏘(Associate attorney)’라 불리는 법무법인(로펌) 소속 변호사들에게는 다른 나라 이야기다. 코로나19 사태로 법원이 휴정기에 들어가며 대부분 재판이 4월 이후로 밀렸고, 고객 상담ㆍ신규 사건 수임도 줄었지만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로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로펌에 고용돼 월급을 받고 일하는 소속 변호사들은 “회사의 경직된 분위기 때문에 재택근무는 언감생심”이라고 변호사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소형 로펌에 소속된 한 변호사는 “재판도 없고 구치소 접견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서면 쓰는 일이 대부분인데 재택 얘기가 없다”며 “변호사 업계만 변화가 없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중형 로펌의 소속 변호사는 “워낙 ‘꼰대’들이라 사무실에 붙어있어야 일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로펌은 로펌대로 할 말이 없지 않다. ‘변호사들은 개인 사무실이 있기 때문에 굳이 재택근무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게 대체적인 이유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로펌은 근무환경이 일반 기업처럼 몰려 있지 않고 구조적으로 구분돼 있다”며 “출퇴근 등 이동 시 접촉이 늘어나는 것을 제외한다면 사무실 내 감염 위험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대형 로펌이 재택근무 재량권을 주면서 대다수 소속 변호사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토로하고 있다. 한 대형 로펌은 지난 9일 특정 지역 방문이나 확진자 접촉 여부와 상관없이 소속 변호사들에게 재택 재량권을 공지했다. 고객 상담뿐만 아니라 변호사들 간의 회의도 화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중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어디가 재택한다는 말을 들으면 힘이 빠진다”면서 “우리 회사는 코로나 때문에 재택한다고 하면 얼빠졌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라고 했다.
로펌들이 대외적으로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위생에 신경 쓰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바뀐 게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식사 메뉴와 식당을 정하는 이른바 ‘밥총무’가 식당을 예약하면 함께 점심을 먹는 문화가 여전하고, 같은 층 변호사들끼리 회식을 하기도 한다. 건물에 확진자가 다녀갔는데도 건물 소독 후 정상 근무하는 로펌도 입길에 오르고 있다. 로펌 주변에서 “고객이 원하는 경우 화상 상담을 하고, 대면 상담 때는 마스크를 쓰고 손 소독제를 사용하는 게 겉치레 같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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