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뤼크 고다르(90)는 한때 영화 혁신의 상징이었다. 데뷔작 ‘네 멋대로 해라’(1960)부터 파란을 일으켰다. 범죄를 향해 돌진하는 한 남자와, 그를 연모하는 연인의 폭주는 기성세대를 경멸하던 세계 젊은 층을 열광시켰다. 영화 마니아에게 고다르는 꼭 올라야 될 산이고, 평범한 영화팬들에게도 한번쯤 조망하고픈 세계다.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는 고다르의 일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안내서다.
영화는 ‘사랑과 경멸’(1961)과 ‘비브르 사 비’(1962) 등으로 30대 중반에 이미 거장 대열에 오른 고다르의 특별했던 한 해를 들여다 본다. 시간적 배경인 1968년은 세계가 뜨겁게 들끓던 때다. 중국에선 마오쩌둥(毛澤東)이 주도한 문화대혁명이 절정에 달해 서구 좌파 청년들에게 영감을 던졌다. 미군의 대규모 폭격으로 베트남전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고, 중동에선 6일 전쟁(1967)에 승리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배를 강화하던 시기다. 특히 프랑스는 변혁과 혼돈의 한복판에 있었다. 5월 대학생과 노동자 주도로 사회 변혁을 주장하는 68혁명이 일어났다. 영화는 마오쩌둥 추종자인 고다르(루이 가렐)가 새 연인 안 비암체스키(스테이시 마틴)과 좌충우돌하며 혁명의 불씨를 퍼트리고, 새로운 영화를 모색하는 모습을 그린다.
고다르는 괴짜다. 처음 만난 사람과도 설전을 불사하고, 오랜 친구에게 독설을 퍼붓곤 한다. 영화 ‘중국 여인’(1967)을 촬영하며 만난 신인 배우 안에게 사랑을 쏟으면서도 까칠하게 대한다. 일체의 권위를 부정하고, 새로운 체제와 새로운 영화를 원하는 그에게 세상은 온통 모순덩어리이고, 장애물투성이다.
제 아무리 고다르라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상황이 있다. 학생과 시민이 시위를 벌이는 와중에 열리는 칸국제영화제를 반대하면서도 안이 칸에서 친구들과 휴가를 즐기고 싶어하자 못내 따라 나선다. 유명 우파 언론인 집에 머물러야 하는 처지도 안을 위해서 받아들인다. 고다르는 불편한 상황을 냉소라는 무기로 돌파하려 하고, 이마저 못마땅해 하는 안과 충돌한다.
영화는 고다르의 업적을 그리지 않는다. 단지 유별난 인물 고다르를 통해 이념 투쟁으로 달궈졌던 1968년을 돌아본다. 68혁명은 샤를 드 골 프랑스 대통령을 퇴진시키고, 칸영화제를 사상 처음 중단시켰으나 해가 지나자 변혁의 열기는 급속히 사그라진다. 고다르와 안의 불꽃 같던 사랑도 혼돈의 시간을 거치며 빠르게 식는다. 영화는 고다르의 미시적 삶을 통해 거시적인 세계를 보여준다.
영화는 안의 저서 ‘1년후’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원제는 ‘Le Redoutable’이다. 프랑스어로 ‘가공할’이라는 의미를 지닌 ‘Redoutable’(르두타블)은 프랑스의 유명 군함과 잠수함의 이름이다. 영화 속에선 라디오로 잠수함 르두타블 속 수병들의 생활이 전해진다. “128m짜리 잠수함에는 고요와 평온만이 감돕니다. 70일간의 임무가 주어진 135명의 승무원에게 폐소공포증은 금물이며 현실감은 필수입니다.” 고다르에게는 관습대로 살아가는 삶이 해저 밑 엄격한 군율 속 생활처럼 숨막히는 일이었을지 모른다.
제84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작품상과 감독상 등 4관왕을 차지한 ‘아티스트’(2011)의 미셸 하자나비시우스 감독 최근작이다. 2017년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1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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