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2020 도쿄올림픽을 정상개최 하겠다고 밝히자 “무책임한 결정”이라며 반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IOC는 1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7월 개막인 올림픽까지 4개월 남은 현 시점에서 과감한 결정은 필요하지 않다”며 연기 또는 취소를 논의하는 자체가 비생산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한 “모든 선수들은 올림픽 준비를 계속하라”고 권장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종목별 올림픽 예선 일정은 전부 중단됐다. IOC와 각 종목의 국제연맹에 따르면 현재까지 올림픽 본선 출전 자격을 얻은 선수는 전체의 57%다. 나머지 43%는 종목별 예선을 거쳐야 한다. IOC는 6월말까지 선수를 정하면 정상 개최에 이상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이날 종목별 단체들과 화상회의를 진행해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로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는 상황에서 IOC의 강행 의지는 환영 받지 못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올림픽이 7월에 열릴 수 있을까’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예정대로 올림픽을 진행하겠다”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의 약속과는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 지지통신은 “선수들로부터 의심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여자 육상 선수 카타리나 존슨-톰슨(영국)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프랑스의 훈련 시설이 폐쇄돼 영국으로 돌아왔다”며 “정부는 집에 머물 것을 권고하고 체육관과 공공시설은 모두 문을 닫아 올림픽을 정상적으로 준비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적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 장대높이뛰기 금메달리스트 카테리나 스테파니디(그리스)도 “IOC는 선수들과 가족들의 건강, 공중위생을 위험에 빠뜨리고 싶은 것인가”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헤일리 위켄하이저(캐나다) IOC 위원은 “당장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올림픽을 진행하는 건 정말 무책임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7월 개막 시 올림픽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타들이 출전하는 미국 농구 대표팀인 ‘드림팀’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시즌을 중단한 미국프로농구(NBA)는 올 여름 재개할 수 있다. 이에 NBA 에이전트들은 “시즌이 취소되지 않는 한 NBA 선수들은 올림픽의 일원이 될 수 없다”고 전했다.
정상 개최에 대한 회의론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내부에서도 나온다. 일본 스포츠호치는 18일 “올림픽 조직위 이사회 관계자가 1년 연기를 주장했다”며 “7월 개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2년 연기론도 나오는데 이는 올해 올림픽을 마지막 목표로 정한 선수에게는 어려운 일”이라며 “ 1년은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AP통신은 ‘2021년 도쿄 하계올림픽을 준비하자’는 제목의 칼럼에서 “가장 좋은 시기는 내년”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올림픽을 1년 뒤로 미루는 것이 무관중 경기나 전면 취소보다 나은 선택지라”고 덧붙였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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