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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금태섭’을 품지 못하는 민주당

입력
2020.03.18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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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공천에서 쓴소리 눈엣가시 뽑아내고

꼼수 위성정당은 결국 친문단체와 손잡고

정부 여당에는 콘크리트 지지층만 보이나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달 중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다른 의원들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달 중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다른 의원들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사안마다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보수 진영의 비판은 귓등으로 흘려버렸을 수 있다. ‘기-승-전-문재인 책임’으로 이어지는 뻔한 목소리를 악악대는 아우성쯤으로 치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을 것이다. 보수 정권 시절 지금의 여당도 일부 그랬다는 걸 부인하지는 못할 테니까.

정부 여당에 비교적 우호적이던 중도 진영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건, 나아가 범진보 진영에서도 이탈자가 나오기 시작한 건 조국 사태 이후였다. ‘조국’을 위해선 추구하는 가치에조차 내로남불식으로 등을 돌릴 수 있음을 번번이 확인한 결과였을 것이다.

정부 여당은 이런 민심 변화를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인 듯하다. 중도 진영의 비판, 내부의 쓴소리조차도 그저 보수 진영의 ‘비난’과 한 묶음으로 치부했다.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기보다는, 지지층 극히 일부의 변절 정도로 여겼는지 모른다.

여기엔 정권 출범 후 어떤 악재에도 흔들리지 않고 40%대의 지지율을 보여온 지지층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친문’의 심기를 거스르는 일에는 지나치리만큼 예민하다. 대통령 면전에서 경기 상황에 대해 “거지 같다”고 푸념을 한 반찬가게 상인이 지지층의 무차별 공격에 힘들어할 때, 문재인 대통령이 지지층을 향해 “그런 행동은 옳지 않다”고 애정 어린 충고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순진한 기대였다. 참모진에게 이 상인을 대변해주라는 모호한 지시만 했을 뿐이다. 대선 후보 시절 경쟁자들을 향한 지지층의 문자 폭탄을 “경쟁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이라고 말했던 것, 정권 초 기자회견에서 비판 기사에 대한 지지층들의 공격에 “기자들도 그렇게 예민할 필요는 없다”고 답한 것의 연장선상에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비판적인 칼럼을 썼다는 이유로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를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1970년대식 사고’를 했던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금태섭 의원은 조국 사태 이후 내부의 ‘쓴소리’를 자처하고 나선 대표주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에 당론과 달리 기권을 했고,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 때 반대표를 던졌다. 그가 민주당 강서갑 경선에서 탈락했을 때 많은 언론은 ‘이변’이라고 전했지만, 어쩌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결론이었다. 권리당원 투표는 물론 일반 여론조사에서조차 참패한 투표 결과는 금 의원 스스로 밝혔듯 지역구 관리에 소홀해 민심을 사지 못했던 본인 책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봉주 김남국 등 대항마로 나섰던 인물들이 차례로 물러났음에도 추가 공모를 밀어붙인 건 어떻게든 눈엣가시를 제거하겠다는 지도부의 의지였고, 그것이 투표 결과에 상당 부분 영향을 줬을 거라는 점 또한 팩트일 것이다.

나는 민주당이 전략적으로라도 금 의원을 공천하기를 바랐다. 매번 딴지를 거는 금 의원이 불편하고 미운 건 인지상정이겠지만, 정부 여당의 외연 확장 의지-이제부터라도 다른 의견도 품겠다는 의지-를 국민들에게 알릴 좋은 기회라 봤기 때문이다. 결국 ‘금태섭’이라는 쓴소리에 귀를 막아버린 건, 총선에서 이기든 지든 향후 국정 운영도 지금까지처럼 콘크리트처럼 단단한 지지층만 보고 가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도둑질엔 도둑질로 맞선다며 비례위성정당을 만드는 꼼수 대열에 합류하면서, 시민사회 원로나 진보 군소정당들이 내민 손을 뿌리치고 친문단체(시민을위하여)와 손을 잡은 건 더 확실한 시그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국내 확산세가 다소 진정되는 듯하자 정부는 “방역 모델의 성공”이라고 섣부른 자찬을 하지만, 그나마 이렇게라도 버틸 수 있는 데는 감염 확산을 막으려는 국민들의 유난스러울 정도의 셀프 방역, 의료진 소방관 등 직군을 가리지 않고 자신을 내던지는 희생, 그리고 서로를 향한 응원과 격려의 힘이 훨씬 컸다고 본다. 이렇게 국민들은 위기 상황에서 한 마음 한 뜻이 되고 있는데, 정부 여당은 앞으로도 쭉 40%만 보고 달려가겠다고 하니 참 답답한 노릇이다.

이영태 디지털콘텐츠국장 yt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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