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무슬림 집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동남아 지역 2차 확산의 도화선이 되고 있다. 주춤하던 코로나19 확산세가 ‘신천지 사태’로 급증한 우리나라처럼 동남아 각국이 문제의 집회 탓에 몸살을 앓고 있다.
18일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나흘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이슬람 사원(모스크) ‘스리 프탈링’에서 열린 무슬림 집회 참석자 중 코로나19 확진 환자는 최소 520명으로 늘었다. 한동안 잠잠하던 동남아 지역 감염자 수는 이 집회 이후 급증하는 양상이다. 말레이시아는 첫 사망자를 포함한 감염자 673명 중 3분의 2가, 브루나이는 56명 중 첫 확진자를 포함한 50명이, 캄보디아는 33명 중 22명이 해당 집회 참석자이거나 접촉자였다. 싱가포르와 태국에서도 각각 5명, 2명이 해당됐다. 로이터통신은 이를 한국의 신천지 사태에 빗대기도 했다.
당시 집회에는 말레이시아인과 1,500명가량의 외국인 등 1만6,00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국적은 캄보디아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뿐 아니라 캐나다 호주 인도 나이지리아 중국 등이다. 로이터통신은 “한국인 참석자들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참석자들은 모스크 밖 천막에서 잠을 잤고, 새벽이 되면 모스크 중앙 홀에 기도용 요를 깔고 다닥다닥 붙어 기도했다. 손을 맞잡거나 접시 하나로 음식을 나눠먹기도 했다. 한 참석자는 “기도 전 손과 몸을 씻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청결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누가 최초 전파자인지는 밝혀지지 않았고, 현재 모스크는 폐쇄된 상태다. 말레이시아 보건당국은 “각국이 집회 참석자들을 추적 중”이라며 “일부는 ‘신의 뜻’이라며 코로나19 검사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자 말레이시아는 2주간 모든 모스크의 문을 닫았고, 캄보디아도 종교 행사를 금지했다.
문제의 집회는 무슬림 선교단체 타블리기 자마앗(TJㆍ믿음을전파하는공동체)가 주관했다. 1세기 전 인도에 뿌리를 둔 TJ는 중동 이외 지역 최대 무슬림 선교단체로 현재 중심지는 말레이시아다. 추종자는 7,000만~8,000만명으로 추산된다. 정치 토론은 불허하고 기도와 명상에 초점을 맞춘다. 원리주의에 입각한 분리운동을 벌여 기성 이슬람 종파에선 이단시되기도 한다. 2015년 영국 런던에 세인트폴 대성당의 3배 되는 모스크를 지으려다 영국 정부가 불허해 무산됐다.
과거 TJ 집회 경험이 있다는 안선근 국립이슬람대 교수는 “선지자 무함마드의 선행과 선교방법 등 전통을 고수하는 단체로 음식도 함께 모여 손으로 먹는 등 각국을 돌면서 수시로 가가호호 방문 선교 활동을 하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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