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학사일정을 짜는 게 벌써 네 번째입니다. 내달 6일에는 정말 개학하는 게 맞나요.” 18일 수도권 지역 모 인문계 고등학교 교장 A씨는 정부의 거듭된 개학 연기 결정으로 난감해졌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교육부 개학 연기 결정에 동의하지만 개학일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아 학사일정을 짜는 게 막막합니다. 정부가 정확한 지침을 줘야 학교도 대비를 할 것 아닙니까.”
교육부가 전날 초ㆍ중ㆍ고등학교 개학을 4월 6일로 미루기로 결정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추세에 따라 개학 시기를 탄력적으로 조정하면서 운영하겠다”(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고 밝혀 교육 현장이 혼란을 겪고 있다. 확산세가 진정되면 개학을 앞당길 수도, 반대로 악화되면 다시 연기할 수 있다는 여지를 모두 남기면서다.
정부의 3차 개학연기는 ‘학교가 지역사회 주요 감염원이 될 우려가 있다’는 질병관리본부의 판단에 따라 교육부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안본) 회의를 거쳐 결정했다. ‘탄력적으로’ 개학일을 앞당길지 더 늦출지도 “질병 전문가들의 판단을 가장 우선적”(김성근 학교혁신지원실장)으로 반영해 결정한다. 요컨대 개학일을 독단으로 정할 수 없기 때문에 실제 개학일을 교육부도 확실히 답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혼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개학일이 확정돼야 대학입시 일정도 그에 맞춰 조정되기 때문에 이를 당장 발표하기 어렵다. 박백범 차관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입 일정은) 9가지 정도의 대안을 가지고 있는데, 개학 일자가 확정되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일자를 그대로 지키거나 1~2주 연기하는 방안 △1학기 수시 또는 정시 일정을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조정하는 안 등이다.

박 차관은 중간고사 시행을 놓고 학교들이 일정을 고민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비록 늦춰지기는 하지만 중간고사, 기말고사는 수업 일수 확보가 가능하다”면서 “고등학교 경우는 아마 (중간고사를 치르는) 기존에 하던 방식을 대부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일선 학교들은 개학 날짜를 명시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학사일정이 당장 대학입시에 영향을 주는 고등학교의 목소리가 크다. 서울의 한 인문계고 교사 B씨는 “교사들 사이에서는 학사일정을 지금 짜봤자 무용지물이란 의견이 많다. 개학일, 대입일정이 바뀌면 전부 수정해야 한다”고 푸념했다. 충남의 고등학교 교사 C씨는 “신종 코로나 확산 상황에 따라 개학을 ‘당길 수 있다’는 발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라며 “가능하면 대입 등 2학기 일정은 흔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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