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계에 전설적인 작품으로 남은 ‘만추’(1966)를 기획ㆍ제작한 호현찬 전 한국영상자료원 이사장이 17일 오후 세상을 떠났다. 향년 94세.
1926년 대전에서 태어난 고인은 홍익대 영문과를 졸업한 후 기자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서울신문과 동아일보 문화부에서 일하며 국내 1세대 영화 기자로 활동했다. 기자 시절 배우 신성일의 ‘아낌없이 주련다’(1962) 출연을 적극 권유하며 신성일이 충무로 최고 스타로 발돋움하는데 일조했다.
고인은 1962년 한국문화 프로덕션을 설립하며 영화 제작업에 뛰어들었다. 다큐멘터리 50여편을 제작했고, 1965년 ‘날개부인’과 ‘갯마을’(감독 김수용), 1966년 ‘만추’(감독 이만희), 1967년 ‘사격장의 아이들’(감독 김수용) 등을 만들었다. ‘만추’는 한국 영화 걸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으로 이후 김수용 감독과 김기영 감독이 다시 만들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2011년 김태용 감독, 탕웨이 현빈 주연의 동명 영화로 새롭게 리메이크 되기도 했다. 하지만 원작 ‘만추’의 필름은 유실됐다.
고인은 영화 행정가로도 활동했다. 한국영상자료원 이사장과 영화진흥공사 사장을 지냈다. 2000년엔 한국 영화 역사를 돌아본 ‘한국영화 100년’을 내놓기도 했다. 유족은 1남 3녀. 빈소 일산병원 장례식장 7호실. 발인 19일 오전 10시30분. (031)900-04444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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