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연합정당에 녹색당 참가 선긋기... “사회적 약자 차별적 인식” 비판 쏟아져
더불어민주당에서 비례연합정당 창당을 주도하는 윤호중 사무총장이 17일 “이념 문제나 성소수자 문제 등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을 일으킬 수 있는 정당들과 연합은 어렵다”고 말했다. 사회적 약자인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드러냈을 뿐 아니라, 비례연합정당 참가정당을 입맛대로 고르겠다는 오만한 인식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사무총장은 이날 시민을위하여와 함께 비례연합정당을 만들기로 협약한 뒤 기자들과 만나 “선거지형에 영향을 미칠 이념적ㆍ소모적 논쟁이 유발되는 것을 굳이 원하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석방을 요구하는 민중당의 참여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면서다. 성 소수자에 대한 질문은 나오지도 않았었다.
윤 사무총장은 ‘성소수자가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인가’라는 취재진의 거듭된 질문에도 “선거 이슈가 되는 게 좋지는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쐐기를 박았다. 성소수자 인권 향상을 주요 정책으로 하는 녹색당의 비례연합정당 참가에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된다. 녹색당 일부 비례대표 후보도 성소수자다.
윤 사무총장의 발언은 인권을 중요시하는 2030세대의 표심 이탈을 부를 수 있을 ‘악재’일뿐 아니라, 인권 중시라는 민주당 강령에도 어긋난다. 민주당은 강령 11조에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을 존중하고 안전을 보장하며, 어떠한 차이도 차별로 이어지지 않는 사회를 만든다’고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9월 종교 지도자와의 오찬 자리에서 “성소수자의 인권 문제에 있어서는 사회적으로 박해 받거나 차별 받아서는 안 된다”고 했었다.
진보진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고은영 녹색당 선거대책본부장은 본보 통화에서 “특정한 성적 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가지고 혐오 발언을 한 것”이라며 “비례연합정당 참가를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강민진 정의당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소수정당이 대변하는 다양한 가치에 의석을 보장해주기 위해 비례연합당을 택했다는 명분은 어디로 갔나”라며 “결국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 구상은 민주당 입맛에 맞는 소수정당만 골라서 줄 세우기 하려는 의도였나”고 꼬집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 성소수자위원회 준비모임은 이날 성명에서 성소수자 차별 금지를 위해 노력한 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두 대통령이 모두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일을 한 것인 것인가. 윤 사무총장은 성소수자 당원과 시민들에게 사과하고 즉시 발언을 철회하라”고 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