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에너지 수요는 급감하는데 산유국 간 이견으로 공급은 증가하는 모순적 상황이 빚어진 탓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9.55% 떨어진 배럴당 28.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2016년 이래 4년 만에 최저치로, 심리적 마지노선인 30달러선이 붕괴된 것이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5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달 11.31% 급락한 30.05달러에 마감했다.
국제 유가 폭락은 수요와 공급의 극심한 불균형이 당분간 이어질 거란 전망에서 비롯하고 있다.
수요 측면에서는 코로나19의 팬데믹 선언으로 세계 경제가 크게 위축되면서 원유 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세계 주요 석유소비국으로 구성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세계 석유 소비량이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석유 수요 증가분의 80% 이상을 차지했던 중국 수요가 큰 폭으로 감소하고 여행과 통상에 큰 장애가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원유 공급은 오히려 늘어날 전망이다. 이달 초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주요 10개 산유국의 연대체인 OPEC+에서 러시아의 반대로 추가 감산 합의에 실패하면서다. 러시아는 미국의 셰일오일 산업을 견제하기 위해서 국제 유가가 떨어져야 한다고 판단을 고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와 러시아의 생산 증대로 8억~13억 배럴의 공급 과잉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는 2015년 후반에서 2016년 초까지 빚어진 공급 과잉 규모인 3억6,000만 배럴의 3배에 달한다.
배럴당 30달러선마저 무너졌지만 앞으로 국제 유가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저유가 상황이 장기화할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2분기에 배럴당 24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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