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금리ㆍ양적완화에도 다우지수 32년 만에 최대 낙폭
텍사스산 원유는 30달러선 붕괴 “코로나 종식만이 해법”
‘결국 먹히지 않았다(That didn’t work)’.
16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사설은 이렇게 시작했다.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라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초강경 카드에도 뉴욕 증시가 1987년 ‘블랙먼데이(검은 월요일)’ 이후 32년여 만에 최대 하락폭을 또다시 경신했기 때문이다. 브레이크 없는 주가 폭락에 17일 원·달러 환율은 1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연일 새로 쓰는 폭락·폭등 기록
16일 뉴욕증시는 ‘폭락의 역사’를 새로 썼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무려 2,997.10포인트(12.93%) 폭락한 2만188.52에 마감하며 ‘2만선 붕괴’마저 위협받고 있다. 이날 낙폭은 120년 뉴욕증시 역사상 최고였던 1987년 10월 19일 블랙먼데이(-22.6%) 이후 32년 5개월 만에 최대였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도 각각 11.98%, 12.32%씩 폭락 마감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선 이달 들어 세 번째 ‘서킷브레이커(거래 일시 중단)’가 발동됐다. 같은 날 유럽 증시 역시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는 이탈리아(-6.12%)를 중심으로 일제히 폭락했다.
미국, 유럽 증시의 동반 폭락은 전날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가 기준금리를 1%포인트 긴급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하고 7,000억달러 규모의 양적완화 조치까지 꺼냈음에도 이를 비웃듯 현실화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8월까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내 기름을 부었다.
리즈 영 뉴욕멜론은행 연구원은 CNBC에 “(트럼프의 발언은)2, 3분기까지 경기가 부진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이는 곧 경기침체”라고 말했다. 이날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30달러선이 붕괴된 배럴당 28.7달러로 거래를 마치는 등 국제유가 폭락세도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17일 아시아 증시는 미국 증시 영향에 급락세로 출발했지만 최근 과도한 낙폭에 따른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며 상대적으로 낙폭은 적었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2.47% 내린 1,672.44로 마감했고, 중국과 홍콩 증시도 1% 안팎의 낙폭으로 선전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5거래일 만에 상승(0.06%) 마감했다.
하지만 극도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타고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7.5원 급등한 달러당 1,243.5원에 마감해 2010년 6월 11일(1,246.1원) 이후 약 10년 만에 1,240원대 종가를 찍었다. 환율은 최근 4거래일 동안 무려 50.5원 치솟았다.
◇“백약이 무효… 코로나 종식만이 해법”
잇단 증시 폭락에 일부 국가들은 특단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이달 들어 주가가 20% 이상 폭락한 필리핀 증권거래소는 17일부터 주식과 채권 등 거래를 무기한 중단하고 외환 거래 역시 17일 일시 중단한 뒤 18일부터 재개하기로 했다.
유럽시장감독국(ESMA)은 지난 16일부터 매도 포지션을 취한 투자자 중 지분율 0.1% 이상인 경우 당국에 내역을 보고하도록 의무화한 데 이어 공매도 제한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결국 코로나19 종식만이 모든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패트릭 힐리 칼리버 파이낸셜 파트너스 사장은 “연준이 무엇을 했든 상관이 없다”며 “확진자 수가 감소하는 것만이 시장을 진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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