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이 넘은 노모가 중증 지적장애를 가진 아들을 40년 만에 다시 품에 안았다. 평생 동안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 헤맸어도 만나지 못한 아들은 연고가 없는 지역에서 다른 이름으로 살고 있었다. 눈을 감기 전 불가능할 줄 알았던 아들과의 상봉은 ‘유전자(DNA) 활용 실종아동 찾기 서비스’ 덕분에 현실이 됐다.
17일 경기 남양주경찰서에 따르면 이모(83)씨의 아들 김모(56)씨는 17세였던 1981년 11월 가족들과 헤어졌다.
당시는 이씨 남편이 사망한 뒤 가세가 급격히 기울었던 때다. 지적장애인인 김씨도 다니던 특수학교를 그만두고 인천 동구의 집에서 생활해야 했다. 하루는 형제들이 모두 학교에 가고 이씨도 일을 보기 위해 집을 비웠다. 그 사이 김씨 혼자 집을 나섰다. 기나 긴 이별의 시작이었다.
집에 돌아가지 못한 김씨는 여러 지역을 전전한 것으로 보인다. 김씨가 최근까지 머문 경기 남양주시의 한 장애인보호시설에는 이름과 나이가 실제와 다르게 등록돼 있었다. 김씨의 지적 능력은 4, 5세 수준이라 낯선 이들과의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어머니에게는 아들이 돌아오지 않는 하루하루가 고통의 세월이었다. 이씨는 아들을 잃어버렸다는 죄책감에 기도원을 차려 무연고 장애인을 돕는 것을 업으로 삼으며 살아왔다고 한다.
이런 모자를 다시 만나게 해준 것은 DNA다. 이씨는 DNA로 실종 가족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난 1월 실낱 같은 희망을 품고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자신의 DNA를 등록했다. 남양주경찰서 실종수사팀은 관내 시설에 거주하는 무연고자 DNA가 김씨와 유사하다는 것을 파악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검사를 의뢰했다. 국과수는 둘이 친자 관계라는 결과를 보냈다. 지난 14일 남양주경찰서에서 만난 모자는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이씨는 “꼭 찾게 해달라고 매일같이 기도했는데 죽기 전에 보게 돼 꿈만 같다”고 경찰에 고마워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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