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용 마스크 국제우편 금지에 답답
‘페이스 필름’이나 면 마스크 보내기도

자녀들을 미국으로 유학 보낸 김모(47)씨는 요즘 불안한 마음에 밤잠을 못 이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 중인 현지에서 마스크 구하기가 어렵다는 자녀들의 연락을 받은 뒤부터다. 그간 아끼고 아낀 마스크 30장을 국제우편으로 보내려고 우체국에 갔지만 “규정상 보건용 마스크는 단 한 장도 보낼 수 없다”는 말만 듣고 되돌아왔다. 김씨는 “애들이 너무 걱정되지만 한국에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해외에 가족이나 지인을 둔 이들의 속이 타 들어가고 있다. 하다못해 마스크라도 보내주고 싶지만 그마저 해외 반출 금지에 막혀 속수무책이다.
18일 관세청에 따르면 개정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이 시행된 지난 6일부터 보건용 및 수술용 마스크의 국제우편 발송도 차단됐다. 어길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신종 코로나 사태 초기였던 올해 1, 2월 막대한 양의 마스크가 중국으로 빠져나가며 국내에서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자 정부가 꺼내든 조치다. 보건ㆍ수술용 마스크는 전면 수출 금지이고, 여행자의 자가사용 목적 마스크는 30개 이하만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이것도 수하물로 부칠 수는 없고 직접 휴대하고 비행기에 타야 한다.

판매 목적이 아닌 해외 가족에게 마스크를 보내려는 입장에서는 제도 취지에 공감해도 답답함을 호소한다. 우리는 하루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100명 안팎으로 유지되는 반면, 유럽과 미국에서는 본격적으로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다. 마스크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 됐다. 이탈리아에선 마스크 한 장을 5,000유로(약 670만원)에 팔려던 일당이 적발됐고 미국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는 의료용(N95) 마스크 네 상자(한 상자당 20개)가 580달러(약 69만원)에 판매돼 논란이 됐다. 지난해 세계 마스크 생산량(하루 4,000만장)의 4분의 1을 책임진 한국이 수출을 중단하자 지구촌 마스크 품귀 현상이 더욱 심해진 측면도 있다.
해외에 가족을 둔 이들은 급한 대로 면 마스크나 비말(침방울)을 막을 수 있는 미용용품 ‘페이스 필름’을 보내기도 한다. 보건ㆍ의료용이 아닌 일반 마스크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지 않아도 돼 수출금지 품목이 아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비싼 값을 주더라도 해외 쇼핑몰을 통해 현지에 직접 마스크를 배송하는 방법도 공유되고 있다. 유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자국민 보호 차원에서라도 판매 목적이 아닌 소량은 풀어주면 좋겠다”고 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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