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4학년에 재학 중인 A씨는 개강 하루 전 학교 홈페이지에서 수강 신청한 과목을 확인하던 중 크게 당황했다. 졸업 이수학점을 맞추려고 신청한 교양과목이 돌연 폐강됐다는 공지가 떠 있었기 때문이다. ‘수업 특성상 온라인으로 강의를 진행하는 게 어려울 것 같다’는 게 이유였다. A씨는 “코로나 사태로 아무리 비상이라 해도 강의 환경이 갖춰지지 않아 개강 하루 전날 일방적으로 폐강 통보를 하는 건 너무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대학들이 코로나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모든 수업을 ‘온라인 강의’로 대체했지만 곳곳에서 학생들의 불만이 터져 나온다. 애초 온라인 방식으로 강의를 진행하기 어려운 수업까지 학교 측이 무리하게 온라인 강의로 개설하면서 상당수 수업이 적잖게 차질을 빚고 있어서다.
17일 대학가에 따르면 연세대는 개강 전날인 15일 홈페이지를 통해 교양필수과목 중 하나인 ‘윤동주와 연세인문정신’ 과목이 폐강됐다고 공지했다. 담당 교수는 “이 수업은 학생들의 활동 참여가 전제돼야 하는데 온라인 강의가 2주 이상 연장되면 강의를 진행하는 게 어려울 걸로 보여 부득이 개강 하루 전 폐강을 결정했다”며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애초 이 수업은 온라인 강의가 어려운 데도 학교 측이 별다른 준비도 않다가 개강 전날 부랴부랴 폐강 결정을 내려 혼란을 초래했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시인 윤동주의 삶과 시를 살펴보는 이 수업은 주로 윤동주의 시를 함께 읊고, 윤동주와 관련된 교내 현장을 둘러보는 식으로 진행된다. 온라인으로 강의를 진행하기엔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는 셈이다. 김태원(가명∙29)씨는 “폐강 과목을 다른 강의로 대체하면 강의 시간표를 연쇄적으로 변경시킬 수밖에 없는 구조라 이번 학기에 졸업 학점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막막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장애인 학생들도 온라인 수업을 따라가는데 적잖이 애를 먹고 있다. 평소엔 학습도우미 도움을 받았지만 지금은 대학 강의실 대부분이 폐쇄된 터라 집에서 혼자 온라인 강의를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온라인 강의 콘텐츠에 장애인을 위한 자막이나 수어 통역 등이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대학생은 “수학과는 풀이과정을 교수님이 판서로 옮기는데 장애 학생들은 온라인 강의에선 이를 보지 못해 사실상 교수님 육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들도 상황은 비슷하지만 당장 뾰족한 대안이 없어 고민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학생들 불만은 알지만 일단 이론수업부터 하고 그 전에 코로나 사태가 끝나길 기다리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어 답답하다”며 “장애 학생들이 편하게 수업 들을 수 있게 자체 봉사단을 모집하는 등 여러 대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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