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이 넘는 역사를 보유한 브랜드가 ‘브랜드의 컨셉’ 혹은 ‘분위기’를 바꾼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아메리칸 프리미엄을 추구하는 캐딜락은 그런 행보를 걸어왔다.
실제 캐딜락 브랜드가 최근 10여년 동안 선보였던 제품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브랜드의 변화’가 상당히 크게 느껴진다. 2세대 CTS를 기반으로 했던 CTS 쿠페가 그랬고, ATS와 3세대 CTS는 물론이고 크로스오버 모델인 XT5 역시 과거의 캐딜락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이런 행보는 ‘성공한 사업가’ 혹은 ‘정치인’과 같이 ‘높은 소득을 보유한 기성 세대’를 위한 차량에서 ‘젊은 이들의 차량’으로 바꾸려는 행보이며 이는 2020년 지금에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캐딜락 XT6가 새롭게 데뷔했다.
캐딜락 SUV의 확장
캐딜락 XT6는 컴팩트 크로스오버 모델인 XT4, 그리고 ‘어번 럭셔리’를 추구하는 중형의 XT5에 이은 대형(혹은 준대형) SUV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캐딜락은 XT4부터 에스컬레이드까지 이어지는 네 개의 SUV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게 됐고, ‘세단 라인업’ 보다 SUV 라인업이 더 다채롭게 되었다.
지극히 미국적인 감성이 담긴 3열 SUV의 DNA를 고스란히 이어받으며, 에스칼라 컨셉에서 시작된 ‘에스칼라-라이크 디자인’을 완벽히 부여 받은 캐딜락 XT6는 ‘단순한 라인업 확장’을 위한 존재인지, 혹은 ‘캐딜락의 새로운 행보’를 의미하는 것인지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연 캐딜락 XT6는 어떤 가치와 매력을 품고 있을까?
캐딜락 XT6는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 테마를 품고, 거대한 체격을 자랑한다.
메르세데스-벤츠의 GLE나 BMW X5, 그리고 볼보 XC90 등 비슷한 테마의 경쟁자들 사이에서도 존재감이 드러나는 5,050mm의 긴 전장을 갖췄고, 전폭과 전고 역시 1,965mm와 1,750mm로 상당한 수준에 이른다. 이와 함께 휠베이스와 공차중량은 각각 2,863mm와 2,150kg(6인승/20인치 휠타이어 기준)으로 동급보다 다소 가벼운 편이다.
에스칼라-라이크의 시작을 알리다
캐딜락 역시에 있어 에스칼라 컨셉의 등장은 여러 의미가 있었고, 캐딜락에 대한 애정을 품고 있는 이들에게는 상당한 충격과 함께 ‘뜨거운 토론의 화제’를 제시했다.
바로 캐딜락의 ‘클래식’을 품고 있는 세로형 라이팅이 아닌 가로와 세로의 공존으로 시작되는 ‘디자인의 변화’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아마 에스칼라 컨셉의 등장으로 인한 충격은 ‘캐딜락 엠블럼’에서 월계관을 내려 놓았을 때보다 큰 충격처럼 다가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에스칼라-라이크 디자인을 품은 캐딜락은 성공적이다.
CT6의 부분 변경 모델이 그랬던 것처럼 캐딜락의 새로운 SUV, XT6 역시 젊고 역동적인, 그리고 또 대담한 최신의 캐딜락 감성을 노골적으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포티한 감성의 프론트 그릴과 얇고 길게 그려진 헤드라이트, 그리고 입체적인 전면 바디킷 디테일과 캐딜락 전통의 세로형 라이팅은 보는 이로 하여금 ‘긍정적인 평가’를 이끄는 모습이다.
특히 국내에 선보인 차량이 ‘스포츠 트림’인 만큼 프론트 엔드에 담겨 있는 ‘차체와 디테일’의 색상의 대비를 통해 더욱 강인한 인상을 선사하니 그 만족감이 상당했다. 덧붙여 해외 미디어 컨텐츠에서 곧잘 보이는 ‘패션 레드’ 컬러의 XT6도 상당히 멋스러울 것 같다는 기대감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대담하고 강렬한 전면에 비해 측면은 단조로운 편이다. 3열 SUV의 특성이 고스란히 반영된 부분이며, 실제 선의 연출에 있어서도 깔끔하고 간결함에 집중한 모습이다. 대신 이전보다 ‘연출’의 경험이 생긴 탓인지 한층 세련된 20인치 알로이 휠과 도어 패널 하단의 메탈 가니시가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인다. 대신 후면은 다시 한 번 에스칼라-라이크 디자인과 큼직한 리어 스포일러, 스퀘어 타입의 듀얼 머플러 팁을 뽐내며 XT6의 디자인을 완성한다.
3열 SUV의 여유를 말하다
캐딜락 XT6의 실내 공간은 ‘익숙함’과 ‘새로움’ 그리고 ‘공간’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제트 블랙 컬러 테마를 품은 실내 공간은 캐딜락 고유의 좌우대칭 구조를 유지하며, 깔끔하고 세련된 감성을 자아낸다. 이는 캐딜락 CT6나 XT5 등에서도 볼 수 있었던 구조인 만큼 익숙한 부분이다. 대신 대시보드 전체에 카본 파이퍼 패널을 더해 시각적인, 감성적인 부분에서 개선을 이뤄냈다.
여기에 새롭게 디자인된 스티어링 휠과 계기판이 추가되었다. 스티어링 휠은 기존의 CT6, XT5에 적용되었던 것과 달리, 더욱 세련되고 스포티한 감성의 디테일이 더해진 것이며, 계기판은 두 개의 아날로그 클러스터와 큼직한 디스플레이 패널을 더해 차량 정보 및 주행 정보를 직관적으로 전한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CUE를 기반으로 해 내비게이션을 비롯해 블루투스 오디오, 라디오 등 다양한 기능을 손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서라운드 뷰, 후방 카메라 등 각종 카메라 화질이 한층 개선된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다만 14개의 스피커로 구성된 보스 퍼포먼스 시리즈의 만족감은 기대에는 못 미치는 것 같다.
공간에 대해서는 3열 SUV가 갖춰야 할 공간의 여유를 확보했다. 1열의 경우에는 시트의 기본 위치를 낮게 설정하고, ‘시트 조절’ 기능의 폭을 크게 만들어 탑승자의 다양한 체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시트의 형태나 크기 등에 있어서는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다소 여유가 느껴지는 편이고 또 1열 시트 높이 자체가 낮고, 차체의 높이가 커 실내 개방감이 우수하다는 점도 강잠이다. 덕분에 XT6의 1열은 일상적인 주행은 물론이고 장거리 주행에 있어서도 우수한 만족감을 제시한다.
2열과 3열 공간은 모두 두 개의 시트로 구성되어 있어 2+2+2의 시트 구조를 확보했다. 혹 2+3+2 구성의 7인승 사양을 원한다면 그러한 XT6 역시 선택할 수 있다.
1열 대비 쿠션감은 조금 아쉽지만 충분히 넉넉한 공간과 크기, 그리고 리클라이닝 기능을 품은 덕에 2열 시트의 만족감은 상당히 뛰어나고, 1열 대비 높은 시트 위치를 통해 시야에 대한 만족감도 충분히 제시한다. 여기에 슬라이딩 방식의 컵홀더 및 수납 공간, USB 충전 포트 역시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3열 공간의 경우에는 충분히 제 몫을 다하는 모습이다. 절대적으로 넉넉한 공간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170cm 중반 정도의 키, 그리고 평범한 체격의 사람까지는 수용할 수 있어, ‘풀타임 3열 SUV’까지는 아니더라도 ‘파트-타임 3열 SUV’의 가치는 충분히 제시한다. 여기에 3열을 위한 컵홀더, USB 충전 포트(타입 C)의 적용도 만족스럽다.
끝으로 적재 공간도 만족스러운 모습이다. 실제 캐딜락 XT6의 경우에는 3열을 모두 사용하더라고 356L의 적재 공간을 사용할 수 있으며 버튼 조작으로 폴딩을 할 수 있는 3열을 접을 때에는 1,220L의 공간, 그리고 버튼 및 수동 조작이 가능한 2열 시트를 접었을 때에는 최대 2,229L까지 늘어나 다양한 아웃도어 및 레저 활동에도 훌륭한 파트너가 된다.
V6의 심장을 품다
캐딜락 XT6의 보닛 아래에는 캐딜락 XT5, 그리고 캐딜락 CT6 등에 적용되었던 GM의 최신 V6 엔진이 자리한다.
CT6와 XT5 등에서 이미 '출중한 성능'의 매력을 제시했던 만큼 XT6에서도 최고 314마력의 출력과 38.0kg.m의 토크를 낼 수 있고 액티브 퓨얼 매니지먼트 등의 다양한 기술이 더해진 V6 3.6L 가솔린 직분사 엔진은 이미 캐딜락은 물론이고 GM의 여러 차량에 빠르게 적용되고 있다.
이와 함께 V6의 심장은 GM이 타 그룹과 합작으로 개발한 신형의 9단 자동 변속기와 AWD 시스템을 통해 노면으로 그 힘을 전한다. 이를 통해 캐딜락 XT6는 우수한 주행 성능은 물론이고 가솔린 SUV으로 준수한 8.3km/L(도심 7.1km/L 고속 10.5km/L)의 효율성을 확보하게 됐다.
조금 더 여유를 품은 캐딜락
캐딜락 XT6의 본격적인 주행을 위해 도어를 열고 시트에 몸을 맡기면 캐딜락 특유의 공간 구성, 그리고 제트 블랙 인테리어 컬러에 익숙함을 느끼게 된다. 외형은 많이 변했지만 실내 공간은 ‘이전의 캐딜락’과 같은 DNA를 갖고 있음을 명확히 드러내는 부분이다.
낮은 시트, 그리고 넓은 조절 범위 덕분에 운전자는 자신의 체형에 맞춰 올바른 드라이빙 포지션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도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다만 일부 인테리어 요소에서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마감 등이 느껴졌다.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면 가장 먼저 새롭게 업데이트된 리어 뷰 카메라 미러 2.0이 눈길을 끈다. 기존대비 더욱 깔끔한 디자인은 물론이고 높아진 해상도는 물론이고 밝기와 화면의 각도, 배율 등을 조절할 수 있게 되면서 ‘개개인에 맞춰 세팅’을 할 수 있게 되어 사용자의 만족감을 한층 끌어 올린다.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기존의 캐딜락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일반적인 캐딜락들은 모두 동급에서 가장 뛰어난 수준의 가속 성능을 보장하지만 캐딜락 XT6는 XT5와 같은 엔진을 쓰고, 그와 함께 무게가 늘어난 탓에 ‘기성의 캐딜락’들이 보여준 강렬한 가속 성능을 과시하지는 못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체감되는 가속력이나 가속 상황에서 질감 등에 있어서는 여전히 경쾌하고 산뜻한 느낌이라 ‘만족감’ 자체는 충분했다.
일상적인 상황이라면 발진이나 추월 가속, 그리고 고속 주행에서 부족함이 없는 모습이다. 덧붙여 RPM이 상승할수록 생기가 돋보이고, 또 회전 질감이나 기본적인 엑셀러레이터 페달 조작에 대한 반응이 빠른 캐딜락의 V6 엔진을 품고 있는 만큼 운전자가 엔진에 대해 느끼는 ‘감성’도 상당히 우수하다.
새롭게 적용된 9단 자동 변속기는 기본적인 변속 속도나 변속 시 충격 등은 무척이나 능숙하게 연출되어 사용자의 만족감이 높아 ‘토크컨버터 타입의 변속기’의 현재를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한층 커진 패들 시프트는 손의 크기에 구애 받지 않고 누구라도 변하게 사용할 수 있어 만족감이 높았다.
다만 패들 시프트를 사용할 때에는 변속에 대한 느낌이 무척이나 이채롭다. 기존 캐딜락의 8단 자동 변속기는 빠른 업 시프트에 비해 다운시프트가 조금 조심스럽고 반 템포 여유를 두는 것에 반해 9단 자동 변속기는 다운시프트의 적극성과 속도가 무척이나 민첩한 반면, 업시프트가 되려 여유로웠기 때문이다.
차량의 움직임에 있어서는 ‘올라운더’의 매력이 한껏 들어난다. 기본적으로 체격에 비해 가벼운 스티어링 휠 조향감각을 제시하고 있고, GM 특유의 경험 덕분인지 조향 상황에서 운전자가 느끼는 피드백은 상당히 직관적이고 명료하다.
여기에 GM 특유의 견실하고 탄탄한 차체가 이어지며 일반적인 상황은 물론이고 템포를 높여 달리는 상황에서도 한층 여유롭고 안락한 여유를 제시한다. 처음에는 쉐보레 트래버스와 유사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주행을 이어갈수록 ‘캐딜락’의 존재감을 확실히 느낄 수 있을 만큼 더욱 견고하고 촘촘하게 구성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투어, AWD, 스포츠 그리고 오프로드로 나뉜 드라이빙 모드도 고유의 매력을 제시한다. 엔진 반응이나 변속 타이밍은 물론이고 노면에 대한 반응까지 다채로운 변화를 제시하면서도 전통적인 3열 SUV가 갖춰야 할 여유를 담아냈다. 참고로 네 개의 모드 중에서 오프로드 모드는 엔진에 대한 적극적인 조율과 함께 노면의 자잘한 충격을 모두 억누르려는 특유의 부드러움이 돋보였다.
이와 함께 캐딜락 XT6를 통해 국내에 처음 선보이게 된 캐딜락의 크로스오버 사양의 ‘서스펜션 컨트롤 시스템’인 CDC(Continuous Damping Control)의 존재감이 확연히 드러난다. CDC는 기존 캐딜락 세단 및 고성능 라인업에 적용된 MRC(MagneRide Control)와 구조적으로 다르지만 추구하는 ‘역할’을 같은 컨트롤 시스템이다. 참고로 CDC는 제원 상 1/500의 반응 및 조율 속도를 갖췄는데 실제 캐딜락 XT6와 주행을 할 때 그 존재감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일상 주행은 물론이고 주행 템포가 빠를 때 등 노면과 운전자의 주행 패턴의 급작스러운 변화에도 ‘단단해야 할 때’와 ‘부드러워야 할 때’를 명확히 인지하며 주행의 가치를 한껏 끌어 올렸다. 운전자의 행동에 맞춰 차량이 알아서 ‘서스펜션의 단단함’을 조절하는 것에 대한 느낌은 아마 글 보다는 실제 체감이 이해하기 더 좋은 부분일 것이다.
좋은점:
만족스러운 디자인 변화, 넓은 공간, 여전히 우수한 주행 성능과 질감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
아쉬운점:
2% 부족한 표현의 디테일
개인과 모두를 위한 존재, 캐딜락 XT6
최근의 캐딜락에 대해 ‘다소 긴장되어 있다’라는 평이 많았다.
실제 캐딜락은 여느 경쟁자들보다 더욱 강인하고 긴장된 모습으로 매서운 감성을 제시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예리한 존재’만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조금 더 여유롭고 넉넉한 캐딜락을 원하는 이가 있었 다면 캐딜락 XT6은 훌륭한 답이 될 것이다.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추구하면서도 모두를 위한 여유를 찾는 ‘젊은 감성의 부모’에게 권하고 싶은 그런 차량이었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촬영협조: HDC 아이파크몰 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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