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보유 목적 허위 공시 판결 시 27일 주총서 의결권 3.2% 잃어
3자 연합은 ‘의결권 행사 지분 인정’ 가처분 소송 제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3자 연합의 일원인 반도건설 권홍사(사진) 회장이 지난해 한진그룹 대주주들을 잇따라 만나 자신을 한진그룹 명예회장으로 선임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건설이 계열사를 통해 한진칼 주식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처음에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공시한 부분과 상충되는 주장이 나오면서, ‘허위 공시’ 여부가 27일 예정된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3자 연합 측의 의결권 행사 지분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16일 한진칼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의 가처분 소송 답변서에 따르면 “권 회장이 지난해 8월과 12월 한진그룹 대대주들을 만나 명시적 경영 참여를 요구했다”며 특히 지난해 10월 단순투자 공시 이후에도 자신을 한진그룹 명예회장으로 선임하고, 한진칼 등기임원 및 공동감사 선임, 한진그룹 소유 국내외 부동산 개발도 함께 해달라고 요구했다. 반도건설 측은 올해 1월 투자 목적을 경영참여로 바꿔 공시했으며, 한진칼은 권 회장이 그 전부터 명시적 경영참여를 요구했으므로 지난해 10월 단순투자 목적 주식 취득 공시는 허위라고 지적한 것이다.
이에 대해 반도건설은 반론 자료를 내고 “권 회장은 지난해 고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런 타개 이후 조원태 회장이 도움을 요청하는 만남을 먼저 요구해 몇 차례 만났다”며 위로와 격려 차원의 만남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 회장을 만난 시기의 지분율은 2~3%에 불과했기 때문에 명예회장 요청 등 경영 참여 요구는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며 “조 회장 측은 일부 대화 내용만 악의적으로 발췌해 전체적인 내용과 취지를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도건설은 이달 초 서울중앙지법에 지난해 주주명부 폐쇄 전 취득한 한진칼 주식 485만2,000주(8.20%)에 대한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을 신청했다.
3자 연합은 "가처분 신청은 한진칼 경영진이 주총 현장에서 기습적으로 감행할 수 있는 의결권 불인정 등 파행적 의사 진행을 예방하려는 방어적 법적 조치"라며 "반도건설 측이 적법하게 공시했는데도 한진칼 현 경영진은 일부 언론을 통해 반도건설 지분 매입 목적에 근거 없는 의문을 제기하며 법 위반 문제까지 거론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진칼 측은 "반도건설의 지분 보유 목적이 허위 공시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반도건설이 선제적으로 의결권 행사 지분을 인정해달라는 가처분 소송을 냈다"며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주식 보유목적 등을 거짓으로 보고할 경우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5를 초과하는 부분 중 위반 분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하지 못하게 돼 있다.
이에 따라 반도건설의 한진칼 지분 공시가 허위로 결론날 경우 이번 한진칼 주총에서 의결권이 있는 반도건설의 지분 8.20% 중 3.20%에 대한 의결권이 제한될 수 있어 3자 연합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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