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본격 개시한 국내유일 곤충종자보급센터
안기수 초대 센터장
“곤충도 인간 세계와 똑같아요. 바이러스에 한 번 걸리면 집단 감염으로 번지고 병균 퇴치가 너무 어려워져요. 그래서 곤충을 대량 사육하려면 무엇보다 면역력이 강한 우량종을 보급하는 게 중요합니다.”
충북농업기술원 안기수(56) 곤충종자보급센터장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남다르게 다가온다. 25년간 곤충 한가지만 연구하면서 애지중지하던 ‘녀석’들을 정체 불명의 바이러스에 수없이 잃어본 탓이다. 그는 1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오랜 연구 끝에 내린 결론은 곤충산업이 성공하려면 건강한 종자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이끄는 곤충종자보급센터는 국내 유일의 곤충종자 연구ㆍ생산 기관이다. 정부 공모사업에 뽑혀 국비 지원을 받으면서 충북농업기술원 안에 건립돼 올해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우량 종자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우량한 개체 수집이 가장 중요한 법. 센터 측은 지난 겨울 자연채집을 통해 우량한 월동충을 선별했다. 전국의 곤충농가에서도 크고 건장한 녀석들을 수집해 현재 센터 사육실에서 증식 중이다.
이 센터는 우량종자 보급을 원하는 곤충 사육농가들의 갈구에서 출범했다.
곤충은 최근 10여년 사이 미래 유망 산업분야로 급부상했다. 2013년 세계식량농업기구(FAO)가 곤충을 인류의 식량난과 환경파괴를 해결할 대안으로 제시한 뒤로는 전 세계가 곤충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에는 의약품, 화장품 등 바이오 분야로 활용도가 점점 커지는 중이다. 이런 흐름에 맞춰 국내에서도 산업계와 지방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곤충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인 상황이다.
사육 농가도 급속히 증가해 현재 2,500가구에 육박한다. 올해 국내 곤충시장 규모만 5,300억원대로 예상된다.
하지만 곤충사육 현장이 장미빛만은 아니다. 바로 밀집 사육에 따른 질병으로 곳곳에서 집단 폐사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인기 곤충인 장수풍뎅이는 누디바이러스가 창궐하면서 지난 2년간 전국의 생산 농가들이 막대한 타격을 입기도 했다. 안 센터장은 “곤충을 대량 사육하다 보면 밀집 사육으로 인해 자주 병이 발생하고, 자가 생산이 지속되면 유전적인 획일화로 종자가 퇴화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곤충 농가들의 가장 큰 고민”이라고 했다.
이런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센터측은 질병에 강한 우량 곤충종자를 연중 생산, 농가에 보급할 참이다.
우선 육종중인 것들은 고소한 맛으로 ‘고소애’란 별칭을 얻은 갈색거저리, 굼벵이라 불리는 힌점박이꽃무지, 장수풍뎅이 등 3가지다. 상업성이 높아 농가들이 가장 많이 사육하는 종이다.
유전자증폭기, 자동핵산추출기 등 첨단 기자재를 갖춘 센터 사육실에선 이들 곤충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발육 상태가 좋아 당장 5월부터 농가 보급이 가능할 전망이다. 안 센터장은 “애초 올해 하반기부터 공급하려던 계획을 몇 달 앞당겼다”며 “갈색거저리는 5월, 힌점박이꽃무지는 7월, 장수풍뎅이는 알을 낳는 8월 초순경부터 각각 보급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센터 측은 올해는 시범사업 차원에서 무료로 종자를 공급하기로 했다. 연말쯤 가격결정위원회를 구성해 내년 공급 가격을 정할 참이다. 위원회에는 곤충전문가와 농가단체, 지역연구소 등이 모두 참여해 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적정 가격을 택할 생각이다.
종자를 생산ㆍ보급하는데만 집중할 것은 아니다. 다양한 곤충 유전자원을 수집 보존하고 우수 품종을 계통화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또 먹이와 환경에 대한 표준화 등 사육 매뉴얼을 만들어 종자와 함께 농가에 제공할 방침이다.
질병 관리야말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갖가지 곤충 질병 연구를 통해 체계적인 방역과 관리 시스템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안 센터장은 “질병에 강하고 유전적 퇴화가 없는 종을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하는 게 중요하다”며 “2023년까지 농가가 원하는 식용곤충 종충을 80% 이상 공급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글 사진 청주=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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