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ㆍ유럽 고객 놓치면 피해 막대”
금융위기 준하는 프로모션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미국과 유럽에서 본격적으로 확산되면서 현대·기아자동차가 판매 부진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특히 올해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 중인 미국에선 ‘금융위기’ 수준의 판매 촉진책을 내놓으면서 ‘팬데믹(세계적 전염병 유행)’을 넘겠다는 각오다.
16일 현대차에 따르면 미국법인(HMA)는 차량을 구매하거나 리스한 고객이 실직할 경우 최대 6개월간 할부·리스 금액을 대신 지불해주는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해당 프로그램은 4월 30일까지 현대캐피탈을 이용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적용된다. 적용 차량은 싼타페, 투싼, 코나, 엘란트라, 제네시스 G70 등이다.
현대차가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을 내놓은 건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인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이다. 당시엔 미국 실업률 상승으로 자동차 판매가 급감한 것을 타개하기 위한 방책으로 선보였다. 현대차는 당시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으로 현지 판매 감소를 최소화했다. 기아차도 현재 비슷한 수준의 프로모션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기아차의 이런 방안은 현재 확대 중인 코로나19 사태의 엄중함을 금융위기 수준으로 보고 있다는 반증이다. 중국과 국내 내수 등 주요시장에서 부진을 겪고 있는 만큼, 미국 시장 마저 무너지면 경영상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올해 현대·기아차는 미국 시장에서만 12.6%라는 높은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특히 지난달에는 팰리세이드, 텔루라이드 등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판매 호조로 역대 최다 2월 판매량을 기록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 중인 유럽에선 아직 구체적인 판촉 방향이 정해지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터키, 체코, 슬로바키아 등 현지 공장을 중심으로 코로나19 감염 방지에 주력하고 있다. ‘EU 빅5’ 중 독일, 영국, 프랑스의 경우 아직 신종 코로나 여파가 크지 않지만, 이탈리아, 스페인의 경우 사태가 심각해 ‘컨틴전시 프로그램’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올해 판매 반등을 노렸던 중국 시장이 신종 코로나로 무너진 상황에서 미국·유럽마저 빠지면 올해 판매 목표(753만대) 달성이 불가능하다”며 “북미와 유럽은 지난해 276만5,000대를 판매한 주요 시장이기 때문에 보건안전 상황과 현지 상황을 두루 살펴 피해를 최소화 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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