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16일 하루 129명 사망… 브루나이 출국 금지, 필리핀 도시 봉쇄
아프리카와 중동, 동남아시아 등 ‘제3세계’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악령이 드리우고 있다. 이들 나라는 상대적으로 의료시스템이 열악하다는 점에서 자칫 방역 시기를 놓칠 경우 ‘팬데믹(pandemicㆍ세계적 대유행)’의 지속 여부를 좌우할 잠재적 시한폭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의료 역량이 부족한 탓에 장비 확충 등 본질적 대응보다 감염 차단에 주력하는 점도 눈에 띈다.
15일(현지시간) 확진자가 61명으로 증가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는 국가 재난사태를 선포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이날 “민주화 이후 이런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던 적이 없다”며 “이제 국가 내부에서 코로나19 감염에 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남아공은 18일부터 코로나19 고위험국을 방문한 사람을 대상으로 비자 발급을 중단하고 각급 학교도 휴교에 들어가기로 했다. 남아공 확진자 수는 이집트(110명)에 이어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다.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20여개국에서도 확진자는 100명을 뛰어 넘었다.
중동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카타르는 ‘사회적 거리 두기’에 본격 착수했다. 카타르 위기관리 최고위원회는 확진자 401명이 확인된 이날 오후부터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 운행을 전면 중단했다. 위원회는 “신체적 상호 작용을 제한하기 위해 55세 이상 모든 공무원과 임산부, 기저질환자는 원격 근무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동의 코로나19 거점 이란에서는 16일 현재 확진자가 1만5,000명에 이른다. 사망자 수도 하루 사이에 129명 늘어 853명이 됐다. 전날 사망자 113명에 이어 코로나19 발생 이후 일일 최다 사망자 수를 또 기록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전날 “바이러스는 정치나 지역을 따지지 않는다”면서 “무고한 사람이 희생되도록 놔두는 것은 부도덕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제제재가 지속되고 있지만 인도주의 차원에서 국제사회에 지원을 호소한 것이다. 앞서 12일 이란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에 긴급자금 50억달러(약 6조1,360억원)를 수혈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2주 사이 확진자 수가 50명으로 급증한 동남아의 브루나이는 16일부터 관광객을 제외한 모든 자국민 및 외국인 출국을 금지했고, 필리핀은 이날부터 수도 마닐라 등 최소 41곳에서 도시 봉쇄에 착수했다. 이달 들어 확산세가 거세지고 있는 인도네시아 역시 수도 자카르타 봉쇄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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