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ㆍ불출마 의원 회동, 의원 꿔주기 나선 듯… “미래한국당 꼼수 데자뷔”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연합정당이 사실상 민주당의 위성정당으로 출범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미래통합당이 창당한 비례대표 전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놓고 ‘도둑질’이라고 폄하했지만, 비례연합정당도 크게 다르지 않을 공산이 크다. 16일 현재 비례연합정당 합류 의사를 밝힌 건 녹색당, 미래당, 기본소득당 등 소속 국회의원이 1명도 없는 원외 정당들뿐이다. 정의당은 ‘합류 불가’ 입장을 거듭 밝혔고, 민생당 합류도 불투명하다. 비례연합정당이 민주당의 비례대표 의석 확대에 복무하는 ‘비례민주당’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가정환경당, 소상공인당 등 민주당 정책노선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으면서 협력할 수 있는 정당에 대해서도 참여를 타진 중”이라고 했다. 합류 정당 숫자를 늘려 비판을 희석하겠다는 것이 민주당 복안인 셈이다. 윤 총장은 그러면서 민생당을 향해 “16일까지 참여 여부를 알려달라”며 미련을 드러냈다. 비례연합정당을 추진하는 외부 세력인 ‘정치개혁연합’과 ‘시민을위하여’ 등에 대해선 “18일까지 합당해 하나가 돼 달라”는 시간표를 제시했다.
민주당은 ‘비례연합정당은 통합당의 의석 도둑질을 막기 위한 시민사회의 자발적인 움직임일 뿐, 민주당과 무관하다’고 강변해 왔다. 하지만 창당 시한이 임박하자 당 지도부가 비례연합정당의 참여 주체와 시기를 결정하는 콘트롤타워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민주당은 정의당 설득을 접었다. 지난 10일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정의당이 참여하지 않아도 비례연합정당이 19석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은 뒤 얼굴을 바꾸었다. 정의당 관계자는 본보 통화에서 “민주당이 사실상 독자 비례정당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다”고 했다.
녹색당, 기본소득당, 미래당, 시대전환 등은 총선에서 비례대표 의석을 얻기 위한 최소 정당 득표율(3%)에 미달하는 정당들이다. 비례연합정당 창당과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민주당이 좌지우지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당초 ‘당선권의 마지막 순번에 7명만 공천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결국 민주당 몫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민주당의 ‘의원 꿔주기’도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투표 용지의 기호가 정당 소속 의원 숫자로 결정되는 만큼, 상위 기호를 받으려면 현역 의원을 비례연합정당에 파견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민주당이 미래한국당의 ‘꼼수’를 순서대로 모방하고 있는 셈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강창일 의원 등 이번 총선에 불출마하는 현역 의원들과 오찬 회동을 했다. 강 의원은 “비례정당 파견 얘기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지만,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민주당은 한선교 의원이 통합당에서 미래한국당 대표로 이적할 것을 권유한 것을 문제 삼아 황교안 대표를 정당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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