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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으로 끝난 통합당 ‘청년벨트’… 청년 구애는 말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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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으로 끝난 통합당 ‘청년벨트’… 청년 구애는 말뿐

입력
2020.03.17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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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의왕ㆍ과천서도 ‘말로만 오디션’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은 이석연 부위원장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에 참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은 이석연 부위원장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에 참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해피핑크색 차림의 청년 두 명이 서울 영등포구 미래통합당 당사에 등장했다. 경기 의왕ㆍ과천에 4ㆍ15 총선 공천을 신청한 정치 신인들이었다. 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오디션 방식으로 후보를 선발하겠다 예고해 기대를 모았다. 더 공정한 평가를 위해 심사위원도 공관위원과 당 관계자 등 총 20명으로 늘렸다.

그러나 ‘사상 첫 오디션 공천’은 허울뿐이었다. 오디션은 단순한 자기소개와 질의응답으로만 진행됐다. 통합당은 평가 현장을 녹화해 유튜브로 공개하겠다던 계획도 접었다. “급조한 오디션의 당연한 결말”이란 뒷말이 나왔다.

청년끼리만 경쟁시켜 출마 후보를 결정하겠다는 통합당의 청년벨트 실험이 결국 ‘용두사미’로 끝났다. 막상 경쟁력 있는 청년 후보가 별로 보이지 않자 하나 둘씩 경쟁 없이 공천을 확정하더니, 마지막으로 남은 의왕ㆍ과천 지역구는 기존 밀실 면접과 전혀 차이가 없는 ‘말만 오디션’ 방식의 경선을 치렀다. 선거 때만 되면 여야 할 것 없이 러브콜을 보내지만 정작 반짝 관심으로 그치고 마는 청년 정치인 대우의 씁쓸한 단면이다.

통합당 공관위가 중장년 일색인 공천자 면면에 변화를 주기 위해 설계한 청년벨트의 취지는 나쁘지 않았다. 경험ㆍ전문성이 아직 부족한 청년이 기성 정치인과 경쟁해 이기기 쉽지 않은 만큼, 청년 출마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청년만 도전 가능한 지역을 배정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청년 인재 풀은 여전히 협소한데 인위적으로 총선 출마자를 늘리고자 했던 통합당의 실험은 한계가 분명했다.

화제가 될 만한 인물을 수혈하겠다며 청년 인재 영입 사례로 선전한 뒤 ‘토사구팽’ 시킨 사람도 있다. 통합당의 삼고초려 끝에 생업을 멈추고 입당했지만 공천을 받지 못한 테니스 코치 김은희씨가 대표적이다. 그는 통합당 지역벨트 공천에서 배제된 데 이어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순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정치권이 청년 영입과 공천을 이벤트성으로 여기는 관행이 되풀이된 탓에 여야의 ‘청년 공천 확대’ 목표는 이번에도 공염불이 될 공산이 크다. 이날 기준 민주당이 2030세대 후보를 공천한 지역구는 전국 253곳 중 5곳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20대 후보는 한 명도 없다. 통합당도 현역인 신보라, 김수민 의원을 포함해 9명뿐이다. 2030 청년 목소리가 과소대표되는 국회 지형이 21대에도 변화가 없을 것이란 얘기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유럽은 10대 때부터 정당 안에서 훈련받은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공천하는데, 우린 그런 제도가 갖춰져 있지 않으니 선거 전 청년 후보를 이벤트성으로 급조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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