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확산 진원지로 지목돼 두들겨 맞기 시작할 무렵, 교계를 상대로 경고한 개신교 목사가 있었다. “자칫하면 우리가 신천지를 잇는 감염원이 될 수 있다.” 집단 예배에 집착하지 말라 단속한 것이다.
망설이기는 했지만 대형 교회들 대부분은 사회의 요구를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3월 첫 주일 예배부터 온라인 영상 예배로 돌렸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이탈 조짐이 있고, 교회 외부의 “강제 중단” 압박에 발끈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교인이 수만 수십만씩 되는 대형 교회들이 버티면 어쩌나 하던 걱정은 기우로 판명됐다.
사고가 터진 건 중소형 교회에서였다. 경기 성남 은혜의강 교회에서 50명 가까이 무더기 감염이 일어났다. 작은 교회들이 그나마 교단 지침에라도 따랐다면, 은혜의강 교회는 그마저 기대하기 어려웠다. 교단에 속하지 않은 교회였기 때문이다. 교회 연합 단체에도, 지역 교회 연합에도 끼지 않았다. 사각지대였던 셈이다.
‘자유로운 교회’들이 전부 그런 건 아니지만, 특정 교단에 속하지 않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담임목사의 근본주의 성향이다. 근본주의자들은 수천 년 전 일인 데다 비유가 허다한 성경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일쑤여서 시대착오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교회가 작을수록 ‘1인 목회자 중심 신앙 공동체’처럼 운영된다. 당회(목사ㆍ장로 회합)가 제 기능을 못하니 상식 밖 돌출 행동이 일어나기도 한다. 목사의 독단이 관철되면 목사의 신격화를 넘어 ‘이단’으로 가기도 한다.
신앙 공동체의 본령은 예배라지만, 지금은 핍박으로 하나님을 섬기지 못하는 상황이 아니다. 일요일 아침에 예배당에 모이는 현재 주일 예배 형태 또한 소외된 이가 있는 이상 완전한 게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지자 은혜의강 담임목사가 “죄송하다”며 은퇴 의사를 밝혔다 한다. 그의 신앙을 의심하고 싶지는 않다. 절대적인 믿음과 좁은 시야가 일을 그르친 것 아닌가 싶다. 신학서적 전문 출판사 새물결플러스의 대표 김요한 목사는 이날 자기 페이스북에 하나님 사랑이 특출나도 “이웃과 공동체를 배려하는 지식이 없으면 그 사랑이 손해를 끼치는 것”이라고 썼다.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서로 떼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권경성 문화부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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