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다툼 대비해 실효성 없단 지적
후배가 선배 검사 평가 어려워 삭제
무죄 평정 반영 공판검사 의견 사라져
고검 등에선 “되돌려놔야” 반론도
검찰이 1심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한 사건의 항소 여부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작성하던 수사ㆍ기소 검사에 대한 과오 평가를 폐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평가 작업의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지만, 일각에선 검사 평정에 활용하기 위해 부활시켜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이 ‘검사 구형 및 상소 등에 관한 지침’(대검 예규)을 올해 1월 20일자로 시행하면서 ‘검사 과오 평가’ 항목을 삭제했다. 이전까지 공판 검사는 1심에서 무죄가 난 사건의 항소 여부를 결정할 때, 수사ㆍ기소 검사의 과오 항목이 포함된 ‘무죄 등 사건 검토보고서’를 써야 했다. △사실관계 미확인 △증거 확보 미흡 △증거 판단 잘못 △적용법조 오인 △적용검토 미흡 △기소 요건 검토 소홀 등이 주요 항목이다.
대검은 검사 과오 평가가 유명무실하다는 일선 검사들의 지적을 반영해 폐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경지검 공판부 부장검사는 “저연차인 공판부 검사가 주로 선배인 수사 검사의 과오를 냉정하게 짚기가 쉽지 않아 형식적으로 이뤄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무죄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기조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 평도 나온다. 이에 대검 관계자는 “2심 재판에서 유죄로 판단 받기 위해 무죄 원인 분석을 보다 체계화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검사 과오 평가 자료가 고검의 검사 평정 등에 활용됐던 터라 관련 업무 담당 검사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인지ㆍ구속 사건 중 전부 무죄가 나거나 가장 중한 혐의 또는 공소사실 절반 이상 무죄가 선고된 사건 등은 대검에서, 나머지 사건은 고검에서 평가한 뒤 법무부 검찰국으로 보내 인사에 반영하고 있다. 무죄가 많은 검사들은 검사 과오 평가를 토대로 불이익을 받는 구조다.
이에 검찰 내부에서 ‘검사 과오 평가를 되살리자’는 주장도 제기되면서 대검이 제도 부활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검사들은 무죄 사건에 대한 엄정한 평정이 검찰 인사에 적극 반영되는 방향으로 제도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영남권 검찰청 소속 한 부장검사는 “증거가 부실한데도 무리하게 기소했다가 무죄를 받은 검사들이 아무런 제재 없이 영전하는 걸 보면서 검사들이 무엇을 배우겠느냐”고 반문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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